대한민국 최초 도시공원···오는 7월 도시공원 일몰제 적용 앞둬
서울시, 공원 조성 계획 접고 청년임대주택 개발 추진
시민단체 반발 “서울 내 모든 공원 지키겠다’는 약속 지켜야”
토지보상비용 3400억원, 공원 조성 쉽지 않아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오는 7월 시행되는 ‘도시공원 일몰제’를 앞두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근린공원’ 부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서울시가 해당 부지에 공원 대신 청년임대주택을 짓겠다고 나서면서다.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들은 ‘서울 내 모든 공원을 지키겠다’는 기존 약속을 지키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부동산업계에서는 해당 부지가 한남더힐·나인원한남 등 고급 주택가에 위치한 만큼 청년임대주택 개발 계획이 주변 여건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공원 조성을 조성하려면 3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하다. 일몰제 시행이 다가올수록 서울시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용산구 한남동 677-1 일원에 위치한 한남근린공원 부지(2만8197㎡)를 청년임대주택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청년임대주택 등을 넣고 부지 내 공원 비중을 최대한 늘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서울시는 이번에 일몰제에서 풀리는 일부 부지에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해 공공성을 확보하는 방식의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남근린공원 부지는 1940년 3월 12일 조선총독부 고시에 의해 지정된 대한민국 최초의 도시공원이다. 공원으로 지정된 지 올해로 80년을 맞이해 존재가치가 매우 크고, 남산과 한강을 잇는 위치에 있어 생태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해방 이후 미군 주택용지로 활용되면서 공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2015년 미군이 나간 이후에는 방치돼 왔다. 해당부지는 2014년 부영주택이 1200억원에 매입했다. 오는 7월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일몰제’ 실시로 도시공원이 해제되면 부영은 공원으로 묶여 있던 땅을 개발하거나 매각할 수 있다.

서울시의회와 서울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는 서울 최초의 근린공원이 사기업의 개발부지로 넘어가게 생겼다며 서울시에 해당 부지를 조속히 수용하라고 요구해 왔다. 서울시 역시 해당부지가 한남더힐·나인원한남 등 고급주택가 근처로 개발 압력이 높은 만큼 강제 수용해 공원으로 조성할 예정이었다. 실제로 서울시는 ‘서울 내 모든 도시공원을 지키겠다’ 지난해부터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을 앞둔 사유지 공원을 매입하고 있다.

서울 도시공원을 지키겠다던 서울시가 청년임대주택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3000억원이 넘는 토지보상비용 때문이다. 한남근린공원의 보상비용은 3400억원으로 추산된다. 서울시는 관련 조례 내 자치구 관리공원 지침인 ‘50 대 50’ 룰을 적용해 용산구가 17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용산구는 연간 예산(5100억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양 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사이 2015년 1450억원이었던 부지 매입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서울시가 청년임대주택을 건설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민단체와 부동산업계에서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은 “지난 5년간 공원 매입을 두고 용산구와 서로 책임을 떠넘기던 서울시가 갑작스레 개발계획을 검토한 것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서울시는 시민들의 계속되는 요구를 무시하고 한남공원 개발 계획을 조용히 검토 중이었던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부동산업계 역시 청년임대주택 건설은 고급주택이 즐비한 한남동에 다소 ‘쌩뚱 맞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주변에 한남더힐, 나인원하남 등 고급주택들이 즐비한 마당에 임대주택이 들어서면 잘 어울릴지 의문”이라며 “아울러 한남동 땅값이 비싼 만큼 임대료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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