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금융소비자보호법 강화 주장···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촉각’
삼성·한화·현대차 등 재벌계 금융사, 금융그룹통합감독법 제정 ‘부담 백배’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21대 총선이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나자 금융사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강화 등을 강하게 주장했던 여당이 야당과의 협치 없이도 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180석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특히 금소법 강화의 핵심 내용인 징벌적 손해보상제도 도입은 향후 금융사의 영업에 막대한 영향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재벌계 금융그룹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금융그룹통합감독법 역시 삼성, 한화, 현대차그룹 등의 금융계열사에게 자본 확충 등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치러진 21대 총선은 진보 여당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더불어민주당은 253개의 지역구 중 163개의 지역구를 차지했으며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총 17명의 후보를 당선시키는데 성공했다.

현행 국회법상 180석 확보는 절대적인 의미를 갖는다. 국회 정원 300석의 5분의 3인 180석만 확보되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통해 개헌 이외의 모든 법안을 야당과의 협치 없이 단독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가정하면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내걸었던 모든 공약을 실제로 실현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에 금융업계는 긴장된 상태로 21대 국회 출범을 기다리고 있다. 진보 정권 출범 후 이어지고 있는 규제·감독 강화 흐름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가장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사안은 금융소비자보호법 강화다. 지난 2011년에 처음 발의된 이후 폐기와 재발의를 반복했던 금소법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파생결합상품(DLF)과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금소법 제정에 대한 공감대가 여야 모두에게 확산된 결과다.

하지만 여야 의견이 치열하게 갈렸던 쟁점 사항인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손해배상 입증책임전환’ 등은 제외되거나 축소됐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금융사가 판매규제를 위반해 상품을 판매한 것이 확인될 경우 손해배상액의 최대 3배까지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손해배상 입증책임 전환은 금융사가 적합성,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위반 등으로 소송을 당할 때 고의·과실 입증책임을 판매업자에게 부과하는 제도다. 이번에 통과된 금소법에서는 설명의무 위반시 고의·과실에 대해서만 적용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위 내용들을 모두 포함하는 방향으로 금소법을 강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외에도 금융상품 판매절차 전반(설계-판매-사후 관리)에 대한 ‘내부통제기준’ 법제화, 소비자보호 기능 수행 ‘심의기구’ 설치 의무화 등도 추진할 예정이기 때문에 향후 상품 판매와 영업에 대한 금융사들의 부담은 더욱 증가될 전망이다.

일부 금융사들에게는 금융그룹통합감독법 제정이 더욱 치명적인 변화로 다가올 수 있다. 금융그룹통합감독제도는 여수신, 보험, 금융투자업 등 2개 이상 업종을 영위하는 금융그룹(금융지주 제외)의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8년 7월부터 모범규준 형태로 감독제도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관리 대상은 금융자산이 5조원 이상인 삼성·한화·미래에셋·교보·현대차·DB 등 6개 금융그룹이다.

통합감독법 제정은 이들 금융사에 대한 관리를 법으로 강제하고 그 수준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규제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지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한화생명, 한화손보 등 금융사들에게 자본 확충 또는 지분 매각 이슈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동안 여당은 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통합감독법 제정을 시도해왔으나 야당의 거센 반발로 실현시키지는 못했다. 지배구조 감독, 계열사 거래 관리가 재벌 그룹을 통제하는 근거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반대 이유였다. 하지만 21대 총선에서는 더 이상 야당이 법안 통과를 막을 수 없게돼 해당 금융사들의 우려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벌어진 일련의 사태로 금융사들은 이미 내부적으로 소비자 보호 제도를 개선, 운영하고 있다”며 “금소법이 아니더라도 모두들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래도 징벌적 손해배상 등이 도입되게 되면 상품 개발부터 판매까지 고려할 것이 많아질 것”이라며 “적극적인 영업을 바탕으로한 성장에 제약이 없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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