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법인 분사 통해 콘텐츠 경쟁력 강화 나서
카카오페이지 등 강력한 경쟁자 맞서 살아남을지는 미지수

이미지=블라이스 홈페이지 캡쳐
이미지=블라이스 홈페이지 캡쳐

KT가 웹소설 플랫폼 ‘블라이스’를 분사하고 사업 육성을 본격화한다. 독립 법인을 통해 자율성을 극대화하고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겠단 계획이다. 그러나 이미 카카오와 네이버가 양분하고 있는 웹소설 시장에서 블라이스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KT는 최근 자회사 스토리위즈에 웹소설·웹툰 유통사업과 웹소설 플랫폼 사업, 이와 관련된 자산과 지위, 영업권·판권 등을 포함해 80억4000만원을 양도한다고 공시했다. 스토리위즈는 KT가 웹소설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난 2월 설립한 독립 법인이다. KT 관계자는 “독립 법인을 통해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KT는 지난 2018년 7월 웹소설 플랫폼 ‘블라이스’를 출시했다. 블라이스는 웹소설 작가들이 직접 사이트에 자신의 작품을 올려 등록, 판매하는 플랫폼이다. 출범 당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독자에게 작품을 추천하는 기능과 콘텐츠 플랫폼 중 처음으로 서비스 내 주요 정보를 블록체인 기술로 저장해 안전한 거래 플랫폼이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KT는 향후 스토리위즈를 통해 블라이스를 본격적으로 키우겠단 계획이다. 국내 웹소설 시장이 4000억원 규모로 커진 만큼, 블라이스를 통해 웹소설 시장 공략에 나서겠단 포부다.

그러나 블라이스의 앞날이 마냥 밝은 것은 아니다. 우선 플랫폼 인지도를 키우는 것이 급선무다. 블라이스의 경우 출시된 지 2년이 다 돼 가지만 웹소설 독자나 작가 사이에서 인지도가 거의 없는 상태다. 지난 2018년과 지난해 2번에 걸쳐 각각 3억원 규모의 공모전을 열기도 했지만 대다수 웹소설 독자들은 블라이스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웹소설 시장은 카카오의 카카오페이지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빠르게 카카오페이지를 흥행시켰다. 카카오페이지는 다양한 웹소설 IP를 확보한 뒤 이를 바탕으로 웹툰, 드라마, 영화 등을 제작하고 있다. 아울러 네이버 역시 시리즈를 통해 웹소설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문피아, 조아라 등 역사가 오래된 웹소설 연재 사이트가 신인 작가 발굴의 장 역할을 해오고 있다. 문피아와 조아라의 경우, 최근 급성장한 카카오페이지에 밀리는 모습이긴 하지만 역사가 오래된 만큼 많은 고정 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반면 블라이스는 카카오톡과 같은 강력한 플랫폼의 도움도, 수많은 고정 독자도 없다. 플랫폼 이름 자체를 알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KT 역시 KT 가입 고객 전원에서 월 1회 블라이스 5000원 이용권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를 알고 있는 소비자는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웹소설 작가는 “현재 웹소설 시장은 문피아나 조아라에서 무료 웹소설을 연재해 인기를 얻은 뒤 출판사와 계약한 후 네이버 시리즈나 카카오페이지에 작품을 출시하는 것이 하나의 수순이 된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인지도가 없는 플랫폼에 소설을 올리는 작가나 이를 보러오는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블라이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블라이스만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블라이스가 강조하는 블록체인 도입만 가지고는 독자들에게 어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독자를 모으기 위해서는 유명 작가 영입이나 인기있는 작품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문제는 이미 카카오나 네이버와 같은 대형 플랫폼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블라이스로 넘어갈 작가가 몇이나 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블라이스 역시 카카오페이지를 벤치마킹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선은 인지도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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