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는 ‘인버스’, 원유는 ‘레버리지’ 종목 순매수 쏠려
지난달 삼성전자 매수 열풍과는 사뭇 다른 풍경
전문가들 “금융시장 변동성 높아 방향성 투자 유의해야”

급락장을 기회로 여기고 투자에 나서는 이른바 ‘동학개미’들의 투자 양상이 점차 바뀌고 있다. 지난달 낙폭과대 우량주 위주로 개인 매수세가 유입된 것과는 달리 이달 들어선 코스피200선물과 원유의 움직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개인 매수세가 집중되는 모습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학개미운동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서 기초자산의 방향성에 따라 수익률이 갈리는 ETF 매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심지어 기초자산의 움직임에 수익률이 두 배로 연동되는 상품 매수도 적잖게 나오고 있는 상태다.     

실제 이달 1일부터 지난 14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1위 종목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였다. 이 기간 순매수 규모만 8498억원에 달한다. 이 ETF는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하락하는데 투자하는 상품으로 일반 인버스 상품보다 가격변동이 2배 높다는 게 특징이다. 즉, 이 ETF를 사들인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의 하락을 예측한 것이다.

유가증권시장 기준. / 표=시사저널e.
유가증권시장 기준. / 표=시사저널e.

개인 투자자들의 방향성 투자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개인들은 국제 유가 상승에 따라 수익률이 높아지는 ETF도 대거 사들였는데 이달 들어서만 ‘KODEX WTI원유선물(H)’를 264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개인 순매수 종목 중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이밖에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KODEX 인버스’,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도 포함됐는데 개인은 이를 각각 1643억원, 156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같은 모습은 지난달 증시에서 큰 이슈가 됐던 동학개미운동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지난달 중순 증시가 반등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동학개미운동은 주로 낙폭과대 우량주를 사서 모으는 것을 지칭했다. 그 중에서도 삼성전자가 대표적으로 개인 투자자는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에도 삼성전자를 대량으로 매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달 들어서도 개인의 삼성전자 순매수는 2099억원으로 규모가 컸지만 지난달 같은 기간 3조원대 순매수와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일각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의 방향성 투자 쏠림 현상을 우려하기도 한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 방향성에 투자한다는 것이 마냥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한 증권업계 전문가는 “지수와 연동되는 ETF는 그동안 개인의 매수 상위에 많이 올랐지만 이번처럼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나 상장지수증권(ETN)에 자금이 몰리는 건 이례적”이라며 “이는 그만큼 단기적인 성과를 기대한 것으로 보이나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고 예측이 쉽지 않다는 측면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미 개인들이 이달 들어 가장 많이 사들인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지난 14일 7235원으로 이달 초 대비 18% 하락했다. 증시가 개인 투자자들의 예상과는 달리 이달 들어서 반등한 것이다. KODEX WTI원유선물(H)은 같은 기간 18.4% 상승했지만,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15일(현지 시간) 배럴당 20달러선 밑으로 내려가는 등 국제 유가가 반대 포지션으로 움직이고 있는 상태다. 이 ETF는 이 상황이 반영된 16일에만 10%가 넘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