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국립공원, 스웨덴의 북부 지역, 부산 바다, 제주도와 한국의 산. 반려견과 함께 걷고, 타고, 오르고, 캠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반려견과의 여행 후 인생이 달라졌다고 했다.

 

Trekking

윤석원 + 보리

부부는 보리와 함께 세계를 걷는다.

 

스웨덴 쿵스레덴 트레킹 보리와 함께 110km 길이의 쿵스레덴 북부 지역을 트레킹했다. 셋이 함께하는 첫해외여행이었다. 목표한 거리를 사고 없이 걸었다는 성취감이 컸다. 트레킹 마지막 날에는 보리와 함께 쿵스레덴에 다시 올수 있을지를 생각하니 잠시 슬퍼 울면서 걷기도 했다.

반려견과 해외여행 출국 준비할 때긴장했다. 혹여나 서류가 누락되어 현지에서 계류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행정 절차에 오류가 없도록 출국 반년 전부터 준비를 많이 했다.

장거리 트레킹 첫 장거리 트레킹이 보리에게 가장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 영남 알프스 태극 종주라는 트레킹 코스였는데, 사람인 우리도 첫 장거리 트레킹인지라 경험이 부족했고, 보리 체력이 견딜 수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남편과 보리의 비상 상황에 대비해 계획을 꼼꼼히 세웠다. 다행히 보리는 문제없이 트레킹을 완수했다.

좁은 선택지 반려견과 함께 여행할 때는 호텔과 에어비앤비 등 숙박 예약이 쉽지 않다.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다 해도 비용 문제가 발생한다. 선택지가 좁은 것은 식당도 마찬가지다. 유명 레스토랑은 포기하고, 테이크아웃을 자주 이용하게 된다. 다행히 테이크아웃은 우리가 좋아하는 시스템이라 아쉽지는 않았다.

PCT 도전 지난해 미국의 장거리 트레킹 코스 PCT를 다녀왔다. 전체 약 4,200km에 달하는 장거리이며, 곰과 같은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다. 따라서 안전 문제 때문에 전체 코스를 보리와 함께하지는 못하고, 일부 허가된 구간만 함께 이동했다.

이국에서 주의할 것 해외여행 시 비행기나 자동차,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반드시 생긴다. 때문에 반려견의 케이지 연습은 필수다. 반려견이 케이지를 편안하게 여길 정도로 연습해야 한다. 해외에서 반려견이 다쳤을 경우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 우리는 보리용 상비약을 준비했다.

 

 

Travel Stuff

기내용 케이지 기내에서 함께 타야 하기 때문에 기내용 규격의 케이지를 미리 구입했다. 보리가 케이지에 익숙해지도록 여행 전부터 연습했다. 트레킹용 하니스 특수한 지형이나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강아지용 하니스를 따로 구입했다.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

 

 

 

Camping

허안나 + 희로

부부는 삽살개 희로와 함께 자연을 탐방한다.

 

10년째 희로와 함께 여행한 지 벌써 10년이 되어간다. 언제 어디를 갔었는지 가물거리기는 하지만 어떻게 시작된 여행인지는 또렷이 기억한다. 10년 전 희로 아빠의 공황장애로 인해 사람 없는 곳으로 휴식차 떠난 것이 희로와의 첫 여행이다. 여행지에서 서로 얽매이지 않았고, 희로는 그만의 공간을, 우리는 우리의 공간을 자연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좋고 나쁨의 기분이 아닌 살면서 처음으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편안함을 느꼈다. 그때부터 생소할 수도 있고 험난할 수도 있는 반려견과의 여행을 시작했다. 희로와 우리가 ‘세상과 타협하기’라는 답을 찾는 것은 그때부터 시작했다.

즐거움과 어려움 아직 주변 여건상 반려견과의 여행은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어느 장소든, 어떤 상황에서든 그렇다. 하지만 그러한 어려움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즐거움이다. 그 어려움과 즐거움의 경계를 명확히 나누기는 어렵다.

희로와 해돋이 희로와의 여행은 빠짐없이 전부 기억난다. 우리는 매년 새해가 되면 조용한 바다에서 해돋이를 감상한다. 또사진으로 그 순간을 남긴다. 한 해 또 한해 맞이한 새해 사진들을 보면서 우리가 지내온 시간을 추억한다.

삶의 변화 살면서 부딪히는 상황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타협하고, 해결해나간다. 나의 행동은 물론이고 부부로서 우리의 행동도 달라졌다. 삶을 대하는 태도, 방식이 달라졌다고 할 수도 있겠다. ‘세상과 타협하기’인데, 희로와 여행하며 달라진 것들이다.

토종 삽살개 희로는 몸무게 30kg의 대형견이다. 귀신이나 나쁜 악귀를 쫓는다고 알려진 천연기념물 제368호 토종 삽살개다. 하지만 앞집 사는 요크셔테리어한테 항상 맞고 다닌다. 그게또 희로만의 매력이다.

제주에서 희로와 많은 여행을 했다. 하지만 앞으로 할 도전은 희로와 함께 제주도를 가는 것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희로와 제주도에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꿈이다.

 

 

Camping Item

희로가 대형견이라 자가용을 큰 차로 바꾼 게 전부다. 반려견과의 여행을 위해 장만할 아이템은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견주의 올바른 마음가짐과 도전 정신이다. 국내에서 반려견과 여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Surfing

신태준 + 달래

더서프의 신태준 대표는 달래와 함께 파도를 탄다.

 

첫 서핑 부산 송정해수욕장에서 ‘더서프’라는 서핑 스쿨을 운영 중이다. 달래와 함께한 것은 2014년부터인데 달래가 생후 6개월 정도 되었을 때다. 바다에서 함께 공놀이를 하다가 내가 서프보드를 가져오니 달래가 보드에 오르려고 하더라. 달래는 그때부터 보드 타는 것을 좋아했고, 지금까지 함께 서핑하고 있다.

반려견과 함께 서핑을 같이 하면서 더많이 교감하게 됐다. 물론 서핑뿐만 아니라 여행이나 다른 것을 함께할 때도 교감이 이루어진다. 어려움도 있다. 달래와 서핑이나 물놀이를 즐기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동물 학대가 아니냐, 사람이 있는 물에 어떻게 개가 들어가냐는 등 반려견에 대한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느낄 때가 있다.

높은 파도를 뚫고 파도는 매일 달라진다. 크기가 작을 때가 있는가 하면, 사람 키를 넘을 만큼 클 때도 있다. 보통 허리 높이의 파도에서 서핑한다. 내 키만큼 높은 파도에서 달래와 함께 서핑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파도를 뚫다가 위험한 고비도 겪었지만 잘 따라 와준 달래가 무척 대견했다. 초보 서퍼들도 파도 뚫기가 힘든데 달래는 그 이상을 해냈다.

서핑하며 달라진 것 달래와 함께 바다에 떠 있으면 같은 곳을 바라보게 된다. 다른 사람 또는 어떤 누구와도 같은 곳을 오래 바라보는 건 힘든 일이다. 하지만 반려견은 묵묵히 내 곁에서 같은 곳을 바라봐준다. 그런 경험이 쌓이며 달래에 대한 내 감정이 더 애틋해졌다.

시선과 안정 달래와 항상 함께하는 게 좋다. 내가 무엇을 하든, 어디를 보든 달래는 항상 나를 보고 있다. 달래의 그 시선이 나에게 안정감을 준다.

달래의 특기 일단 달래는 서핑을 잘한다. 바다 수영도 매우 잘한다. 그리고 바다에서 나오면 털에 묻은 물기를 닦기 위해 모래에서 뒹구는데, 온몸에 모래를 묻힌 그 모습이 정말 사랑스럽다.

다음 목표 기회가 된다면 호주나 하와이,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도그 서핑대회에 달래와 함께 참가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Surf Tip

내 반려견이 물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무작정 물가로 강아지를 데려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사람처럼 물을 좋아하는 강아지가 있는가 하면 무서워하는 반려견도 있다. 만약 반려견이 물을 무서워한다면 입수하기보다 해변에서 공놀이하는 것을 추천한다. 물가에서 놀면서 물과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Backpacking

여진 + 아니

여진은 아니와 함께 산을 오른다.

 

첫 여행 2017년 3월 제주도 여행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아니와 추억을 만들고 있다.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반려견인 아니는 우리와는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기에,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추억을 만들고 싶어 함께 여행하기 시작했다. 첫 여행지인 제주도는 우리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어 매년 한 번씩 찾고 있다.

반려견과 백패킹 반려견과의 백패킹은 제약이 많고, 신경 쓸 것도, 준비할 것도 많다. 그리고 진짜 힘들다. 집을 나가는 순간부터 힘들다. 운전하고, 중간중간 산책해야 하고, 밥을 먹이고, 내 짐보다더 많은 아니 짐을 챙겨야 한다. 또 모든 상황에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내가 준비가 안 되어 있을 때가 가장 힘들다. 이제는 아니와 서로 의지하는 수준이 되니 상황 대처 능력이 생겼다.

겁 없던 백패킹 백패킹을 시작하고 의욕 넘치던 때, 겁 없이 강원도 백패킹의 성지 선자령으로 무작정 떠났다. 운전만 5시간 했고, 도착하니 저녁이었다. 1박 하고 다음 날 선자령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 5분이면 칠 수 있는 텐트를 1시간은 걸려 마무리했다. 텐트를 완성하고 나니 휴대폰이 방전돼 가족과 연락이 두절됐다. 아침에는 비가 내렸다. 선자령으로 향하는데 사람은 없고, 진흙탕에 풀숲을 헤치며 걸었다. 뱀이라도 밟을까 두려웠고, 가방 패킹도 제대로 못 해 엄청 무거웠다. 그 와중에 멧돼지 소리까지 들렸고, 아니는 짖기 시작했다. 머릿속이 하얘지며 앞만 보고 정상까지 무작정 달렸다.

진짜 행복 남이 지나간 길을 따라가는 삶을 살았다. 경쟁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처절해야만 했다. 하지만 내게 어울리는 길이 아니었다. 아니를 만나고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었고, 행복을 배웠다. 성취만이 행복이라 생각했는데, 소소한 즐거움이 진짜 행복임을 배웠다.아니를 통해 좋은 인연도 만났다. 낯선 길을 두려워하는 나를 변하게 해준 토미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

달라진 것 아니를 만나고 뾰족한 성격이 동그랗게 변했다. 자연스레 동물 복지에도 관심을 두게 됐다.

 

 

Backpaker Stuff

텐트 백패킹에 빠질 수 없는 우리 집. 차량용 하니스 반려견 안전벨트. 안전이 우선이다. 애견 배낭 물, 간식, 사료를 넣을 수 있는 배낭. 라이프재킷 수영을 좋아한다면 꼭 필요한 아이템. 히칭 시스템 나무 사이에 설치해 리드줄을 연결하면 줄이 닿는 범위 내에서 자유롭고 안전하게 활동할 수있다. 애견 고글 자외선과 불순물로부터 반려견의 눈을 보호해준다.

 

 

아레나 2020년 04월호

https://www.smlounge.co.kr/arena

EDITOR 조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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