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TSMC와 파운드리 점유율 격차 더 벌어져
하반기 5나노 수요 대응 전망
코로나19로 생산에 변수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경기도 화성 반도체 공장에서 문재인 대통령까지 참석한 가운데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오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1위를 하겠다는 비전이다.

오는 24일로 삼성전자가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지 1년을 맞게 된다.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을 공언한 10년 중 1년이 지났지만 이 기간 시스템반도체 사업의 양대 축인 파운드리 사업은 시장점유율이 오히려 줄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극자외선(EUV)을 활용한 미세공정을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대형 고객사를 끌어 모았지만 애플과 화웨이 등이 TSMC에 물량을 맡기면서 시장 입지를 내줬다.

올해는 연초부터 TSMC와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진 모양새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초미세 공정 기술 경쟁도 주춤할 전망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올 1분기 시스템LSI 사업부문 매출은 3조6000억~4조원대로 추정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 추정치인 3조1000억원에 비해 20~25% 이상 실적이 성장할 전망이지만 TSMC 성장세는 따라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이 화성 EUV 전용라인 가동에 맞춰 직접 현장을 방문해 임직원을 격려하는 등 최고위층까지 지원에 나섰지만 TSMC 벽은 여전히 높다.

TSMC의 올 1분기 매출은 3105억9700만 대만달러(약 12조5600억원)로 전년 동기(21억8704만 대만달러)에 비해 42% 늘어났다. 이 회사의 역대 1분기 매출 중 최대 실적이다.

수익성이 높은 미세공정 매출 비중이 상승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이 회사는 지난해 전체 매출 중 27%를 7나노 공정 매출로 채웠다. 2018년 9%에 그쳤던 것을 3배 가까이 키웠다. 오는 16일에 발표할 영업이익 실적도 양호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선 양사의 올 1분기 점유율 격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1분기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매출 기준 전년 동기 대비 6%포인트 상승한 54.1%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삼성전자는 전년 동기 대비 3.2%포인트 하락한 15.9%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EUV 공정 도입을 확대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여파에 따라 내수 수요가 위축되면서다.

올 2분기도 TSMC의 강세가 예상된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보다 약 반년 정도 먼저 5나노 제품을 양산한다. 이달 중 애플 아이폰12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A14 바이오닉 칩을 5나노 공정으로 소화할 것으로 전해진다.

타이완이코노믹데일리 등 현지 언론은 애플이 최근 TSMC에 해당 칩셋 추가 주문을 넣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 역시 최신 스마트폰용 AP 기린820 물량을 TSMC 7나노 EUV 공정에 맡겼다. 지난해에도 TSMC는 스마트폰향 매출로 성장을 거듭한 바 있다. 지난해 4분기 이 회사의 스마트폰향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약 50%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파운드리 사업은 단번에 실적에 반영되지 않는다”면서 “사실상 미세공정 기술력보다는 고객사 수요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삼성전자 역시 이 부분을 고려해 파운드리 사업 로드맵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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