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매출액, 전년 대비 64.2% 증가한 7조원 달성
영업손실도 1조1000억원대에서 7000천억원대로 감소···부채비율은 여전히 높은 상태

쿠팡이 연결 기준 2019년 매출액이 7조1530억원을 기록했다고 14일 공시했다. 전년 대비 64.2% 증가했다. 영업 손실은 7205억원으로 전년 영업손실액 대비 4000억원가량 줄었다. 매출액 확대에 따라 적자폭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던 업계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것이다. 

7조원 매출을 기록한 쿠팡은 국내 이커머스 기업 중 규모면에서 명실상부 1위를 기록하게 됐다. 쿠팡은 매출액 성장세에 대해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 와우배송 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된 점, 가전과 신선식품 등 주요 카테고리가 빠르게 성장한 점, 고객 수가 꾸준히 늘어난 점이 매출을 견인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늘었으나 흑자전환은 이루지 못했다. 적자폭이 줄어드는 데 만족해야 했다. 전체 비용이 전년보다 늘었기 때문이다. 쿠팡의 공시 자료에 따르면 인건비, 물류비, 광고비 등 지난해 운영 비용은 7조8736억원으로 전년 대비 43.6% 늘었다. 

우선 지난해 쿠팡의 인건비는 1조4246억원으로 전년(1조117억원) 대비 40.8% 증가했다. 이로써 쿠팡이 지급한 인건비는 로켓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2014년 1000억원에서 지난해까지 5년간 14배가 뛰었다. 2014년부터 현재까지 누적 지급된 인건비는 4조680억원에 달한다.

쿠팡의 직간접 고용 인력은 2018년 2만5000명에서 2019년 3만명으로 1년 새 5000명 증가했다. 최첨단 서비스를 설계하는 AI(인공지능)엔지니어부터 지역 특산품을 발굴하는 브랜드매니저,쿠팡맨에서 쿠팡플렉스까지 다양한 인력이 쿠팡에 합류했다. 

지난해 물류비용인 운반 및 임차료 비용은 2605억원으로 전년 대비 15.2% 늘었다. 같은 기간 광고선전비도 293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3.9%나 증가했다. 

쿠팡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35.1% 늘어난 5844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무려 24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00% 증가했다. CFS는 물류센터 관리, 운송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향후 아마존 FBA 서비스와 같이 쿠팡 입점 셀러의 재고 관리 및 배송 서비스를 진행할 것으로도 예상되고 있다. 

그간 손실을 기록했던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도 올해는 흑자전환했다. CLS의 지난해 매출액은 129억원, 영업이익은 22억원을 기록했다. 쿠팡 자회사 중 흑자를 내는 업체가 2곳으로 늘어난 것이다. 

2019년 영업손실이 부정적이었던 시장 전망을 뒤집으며 반전에 성공했지만, 부채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다. 이날 공개된 공시 자료에 따르면 2018년도 자본총계가 -376억원였던 쿠팡은 2019년 자본총계가 492억원으로 플러스됐다. 지난해 쿠팡은 유상증자를 통해 7918억원을 충당했다. 이로써 2019년도 쿠팡의 부채비율은 6122%다. 같은 기간 기업의 상환 능력을 가늠하는 지표인 유동비율은 86%다. 유동비율은 높을수록 상환 능력이 높다고 해석하며, 200%를 이상적인 수치로 본다. 2018년도 쿠팡의 유동비율은 91%였다. 2020년 3월말 쿠팡은 또다시 유상증자를 실시해 지배기업으로부터 909억원을 추가로 얻었다. 

쿠팡은 향후 물류인프라 증축 등 커머스 사업 확대와 함께 이달 1일자로 분사한 쿠팡페이를 통한 핀테크 사업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게됐다. 누적 적자가 쌓이고 있는 상황에서 사세 확장에 나선 쿠팡에게 가장 절실한 건 추가 투자다.

쿠팡 미국 본사인 쿠팡LLC는 지난 2018년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SVF)부터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 투자를 받았다. 2015년에 받은 액수까지 더하면 SVF에서 받은 투자금만 총 30억달러(약 3조6500억원) 수준이다. 올해 말까지 이를 다 소진할 경우, 쿠팡은 다시금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를 받거나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 다만 소프트뱅크비전펀드가 잇따른 투자 실패로 지난해 20조원의 적자를 낸 점, 소프트뱅크가 향후 1년간 약 50조원의 보유 자산을 매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는 점에서 추가 투자 유치 가능성에 부정적 전망이 생겨난 상황이다. 쿠팡 미국 나스닥 상장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반면 2019년 실적 선방이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킬 수도 있다는 시선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액 상승세와 적자폭 감소로 사업 불안정성을 개선한 점이 향후 상장이나 투자에 있어서 긍정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 적자만 계속? 투자도 계속

/사진=쿠팡.
/ 사진=쿠팡.

쿠팡은 앞으로도 물류 인프라 확대에 집중한다. 쿠팡에 따르면 로켓배송을 시작한 2014년에는 전국 로켓배송센터가 27개였다. 2019년엔 그 숫자가 168개로 6배 늘었다. 로켓배송센터가 늘어나면서, 로켓배송센터서 10분 거리 내 사는 ‘로켓배송 생활권’ 소비자도 같은 기간 259만명에서 3400만명으로 13배 뛰었다.

2019년 현재 전국 168개 쿠팡 로켓배송센터에서는 600만 종류가 넘는 선매입 제품(재고자산) 7119억원이 쌓여있다. 5년 전엔 303억원어치였다. 쿠팡은 올해 2월 로켓배송 서비스를 제주도까지 확대했다.

쿠팡은 전국에 촘촘하게 들어선 로켓배송센터 배송망을 기반으로 작년 1월부터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국 단위로 신선식품을 새벽배송 중이다. 올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오전 10시까지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오후 6시까지 배송하는 ‘로켓프레시 당일 배송 서비스’를 도입한다.

지난 5년간 꾸준히 구축한 물류 인프라 덕분에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곳곳에서 무더기 배송 지연 사태가 벌어진 올해 1분기에도 쿠팡은 흔들림 없이 매일 전국 100만 가구에 생필품을 배송했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로켓배송의 남다른 속도는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예측해 고객과 가까운 로켓배송 센터에 미리 준비해두는 기술과 인프라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기술과 인프라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새벽 배송을 넘어 로켓프레시 당일 배송과 같은 전에 없던 서비스로 고객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묻는 세상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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