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함을 스스로 증명···이제는 공약에 숨겨진 모자란 후보들 색출할 차례

선거철이 되면 권력을 향한 인간의 욕망의 끝을 가늠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빠지곤 한다. 으레 그랬듯, 이번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모든 후보들은 유권자들이 행사한 권리로  갖게 된 권한을 행사하며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외친다. 그럼에도 그들이 권한이 아닌 권력을 휘두르려 한다는 판단의 근거는 간단했다. 한 마디 말, 행동거지 하나 만으로 충분했다.

물론 단편을 놓고 전체를 평가해선 안 되지만, 유권자들은 신이 아닌 까닭에 그들의 전체 됨됨이를 따져 보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간 보여 온 말과 행동, 그리고 이력 등으로 말미암아 자격 유·무를 따져볼 뿐이다. 적어도 현재 선거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한마디 말과 행동들 중 상당수는 ‘배지의 자격’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성이 있음엔 분명하다.

기자가 아닌 한 사람의 유권자로서, 그들이 내뱉고는 한 마디와 가히 참을 수 없는 행동들을 환영한다. 보다 적극적으로 배설해주길 당부한다. 후보들이 난립한 상황에서 누구를 뽑을지 고민을 덜 수 있어 좋다. 심지어 다음 선거에서 그를 내세운 정당의 이력과 행적을 따져볼 수도 있어 얼마나 편리한지 모른다.

사실 문제는 그들이 아니다. 어차피 그런 배설적 언행과 행태는, 투표를 통해 판가름 나기 마련이니 말이다. 진짜 문제는 여느 사안들과 마찬가지로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 데 있다. 어쩌면 유권자들의 수준일 수도 있는, 수준 낮은 정치 현실에서, 여전히 개별 후보의 공약은 표심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핵심 요인이 아니다.

그런 이유였을까. 후보들의 공약 속에도 갖은 함정들이 도사린다. 누군가는 수년 전 멈춰버린 지역구 내 조선소를 의원직을 걸고 1년 내 재가동시키겠다고 외쳤다. 그를 두고 “기업 경제문제를 공약으로 내세워선 안 된다”고 비판적인 조언을 남긴 이는 상대 당 후보가 아니었다. 같은 당 다른 지역구 후보의 일갈이었다.

또 다른 누군가는 법률개정을 바탕으로 지역 구 내 공단설립을 약속했다.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취지임엔 분명하다. 그런데, 이 같은 공약이 과연 국회에 입성해야 할 이가 내세워야 할 공약일까. 지자체가 해야 할 일에 가까워 보인다. 심지어 기업유치에 대한 청사진도 없다. 용도변경이 모든 것을 이뤄주진 않음에도 말이다. 공공연하게 빗발치는 ‘쪽지예산’의 시발점일 수도 있다.

기업이 내부적으로 가능성을 타진하며 고민 중인 사안들을 공약으로 선보이는 것은 흔한 일이다. 대부분 “유치하겠다” 혹은 “관철시켜 지역사회에 이바지하겠다”가 전부다. 모 전자회사의 최신공장, 유명 IT기업의 R&D센터 등은 심심치 않게 거론된다. 지역구 내 스타트업 특화단지를 구축하겠다는 이도 여럿 보인다.

모두가 사실이라면, 국회의원직이야 말로 무소불위다. 정치인이 회장님 행세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기업의 존폐위기가 극에 달한 상황임에도 이를 위한 공약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어떤 제도를 신설해, 혹은 특정 규제를 완화해 기업과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켜보겠다는 의지는 부족하다.

선거가 코앞이다. 선거운동은 내일 자정까지며, 이튿날에는 유권자가 한 표를 행사해야할 차례다. 선거는 단 하루 치러지지만, 입법부 구성을 위한 투표기 때문에 투표의 결과는 4년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우리의 한 표가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모를 일이다.

오늘도 누군가는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 못하고 저급한 비유와 농담을 날렸다. 또 다른 이는 혈서를 써 반짝 이목을 집중시켰다. ‘위성정당이란 없다’면서 다른 당 지원유세에 나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으며, 허위사실을 공표해 고발된 이들도 있었다. 모두들 수고 많으셨다.

이들의 성원에 힘입어, 이제는 우리가 애써 ‘보다 배지에 어울리는 후보’를 골라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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