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당부에도 보험료 카드결제 지수 저조
카드 수수료 부담에 카드 납입 기피

2019년 말 손해보험사 계속보험료 카드납 지수/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2019년 말 손해보험사 계속보험료 카드납 지수/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금융당국의 독려에도 보험사들의 보험료에 대한 신용카드 납부 비율이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 편의를 위해서라도 신용카드 납입이 장려돼야 하지만 업계에선 수수료 부담 탓에 카드결제를 달가워하지 않는 모습이다.

◇ 손보사, 상품 대다수 카드결제 가능하지만···카드결제 지수 불과 15.1%

13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15개 손해보험사들의 실제 카드결제 지수(건수 기준)은 15.1%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수입보험료 중 카드결제 수입보험료 액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27.1%였다. 이는 전년 말보다 늘어난 수치지만 15개 손보사가 신계약과 계속보험료에서 모두 신용카드 납입제도를 운영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보험료를 카드로 납입하는 데 인색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손보사들이 취급하는 보험상품 중 카드 납입이 가능한 상품의 비중을 뜻하는 카드결제 가능 상품 지수는 90.7%였다. 즉 판매 중인 상품 대다수가 보험료를 카드로 납입할 수 있음에도 카드결제가 실질적으로 이뤄지는 비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손보사들은 가입자가 첫 보험료 납입을 카드결제로 했을지라도 이후 보험료 납부는 카드결제 대신 현금 자동이체 등 다른 결제 수단으로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보험료 중 초회보험료의 카드결제율은 24.2%인 반면, 기존 보험의 유지·갱신에 따라 발생하는 계속보험료의 경우엔 카드결제율이 18.6%에 불과했다.

생보사의 경우 카드 납입 기피 현상이 더 두드러졌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생보사의 실제 카드결제 지수(건수기준)은 10.7%로 손보사보다 4.4%포인트 낮았으며, 전체 수입보험료 금액 중 카드결제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4.7%로 손보사의 약 6분의 1 수준으로 저조했다.

생보사는 손보사에 비해 카드 납입을 할 수 있는 상품 자체가 적었다. 생명보험사가 취급하는 전체 상품 판매 수는 3만7783개다. 이 중 카드결제가 가능한 상품 수는 832개였다. 결과적으로 카드결제 가능 상품 지수가 2.2%에 불과했다.

◇ 수수료 부담에 카드결제 기피...“카드 납부 확대, 장기적으론 소비자 불이익으로 이어져”

이처럼 보험사들이 카드 납입을 기피하는 이유는 카드 수수료 부담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신용카드 납부 시 보험사는 카드사에 통상 2%대의 수수료를 지급한다. 업황 악화로 보험사 전반이 실적 악화를 겪자 손실을 막기 위해서 카드 수수료와 같은 지출을 줄이고자 한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입장이다.

특히 생보사는 손보사보다 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타격을 좀 더 직접적으로 받는 탓에 카드결제를 더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보사는 저축성보험·변액보험 등 장기상품 취급 비중이 높다. 해당 상품은 운용수익에 따라 일정 금리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인데, 최근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운용수익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생보사 입장에선 운용수익률 하락으로 인해 역마진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 카드 수수료가 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반면 손보사는 생보사보다 저축성보험이 전체 상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자동차보험의 카드 납부 비율이 높다. 지난해 말 기준 손보사의 장기보장성보험과 장기저축성보험의 카드결제 보험료 비중은 각각 12.1%, 5.2%인 데 반해, 자동차보험의 경우 카드결제 비중이 76.8%로 매우 높았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매달 보험료를 납입해야 하는 일반적인 장기보험과 달리 1년마다 보험료를 납부하기 때문에 수수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카드 납부를 확대하는 것이 당장에는 고객 편의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소비자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카드 납입 비율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신용카드 외에도 자동이체, 간편결제 등으로 다양하게 결제 수단을 확대해 소비자 편의를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