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개편 백지화됐지만 깃발 꽂기·독과점 논란 불거질 수 있어···기업결합심사 중인 공정위까지 “집중 조사 나설 것”
소상공인 “배민 독점 경계할 수 있는 공공앱 필요”···스타트업 “민간에 맡겨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우아한형제들 본사 방문자센터. /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우아한형제들 본사 방문자센터. / 사진=연합뉴스

배달앱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논란이 됐던 수수료 정률제를 폐지했다, 그럼에도 정치권과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개편과 배달앱 독과점 문제를 집중 조사하겠다고 밝히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일각에서는 배달앱 독점 문제를 해결해 이번 수수료 사태의 되풀이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민간 시장 운영에 참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일 요금체계를 기존 정액제에서 수수료 중심의 ‘오픈서비스’로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배달의민족은 개편된 오픈서비스를 통해 배달의민족에서 주문이 성사되는 건에 대해서만 5.8%의 수수료를 받는 정률제 요금체계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과 소상공인들의 반대에 부딪히자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0일 수수료 개편의 전면 백지화를 발표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과 김범준 대표는 사과문을 통해 "저희는 4월1일 도입한 오픈서비스 체계를 전면 백지화하고 이전 체제로 돌아가고자 한다. 기술적 역량을 총동원해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이전 방식으로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수수료 제도는 백지화됐지만 배달의민족에게 남아 있는 과제는 여전하다. 당장 논란은 불식됐지만 깃발 꽂기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배달의민족은 다시 8만8000원 정액제 ‘울트라콜’과 수수료 6.8% 정률제 상품인 오픈리스트로 돌아간다.

깃발 꽂기란 자영업자가 자신의 상호가 있는 지역 인근에 여러 개의 울트라콜을 등록하는 것이다. 울트라콜은 개수에 제한이 없다. 이에 일부 자영업자가 1000만원에 20~30개가 넘는 깃발 꽂기를 해 앱에 중복 노출되는 일이 생기면서 영세 자영업자가 타격을 입는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배달의민족이 요금제를 개편한 이유도 깃발 꽂기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요금제도가 전면 백지화되면서 배달의민족은 다시 울트라콜 과열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수익성을 개선해야 하는 배달의민족 입장에서 새로운 수수료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앞으로 주요 정책의 변화는 업주들과 협의체를 만들어 소통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독과점 지적도 계속해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와 기업합병(M&A) 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국내에서 요기요, 배달통 등을 운영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의 기업결합심사를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수수료 개편과 정보 독점 문제를 집중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신 공정위 사무처장은 지난 7일 "수수료와 관련해 논란이 발생한 데 대해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결합심사에서는 필수 심사 항목 외에 개편된 수수료 체계가 가맹점들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우려는 없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공정위 기업결합심사에까지 불똥이 튀면서, 합병 당시 수면 위로 떠올랐던 독과점 여론도 과제로 남았다. 배민 측은 요금제 개편안와 M&A는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합병 이후 수수료가 오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배달의민족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배민 일부 사용자들만의 협의는 구색 맞추기, 면피용 협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에는 배달앱이 독과점되면 앞으로도 이번과 같은 수수료 문제가 또 나올 수 있다. 민간 앱을 감시하는 지자체 공공앱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프라인 영역에서는 생필품 값이 조금만 올라도 공정위 등의 조사를 받게 되는데, 온라인 영역에서는 이런 부분들이 없다”면서 “소상공인연합회가 주장해 온 온라인상권 공정화법 등 온라인 생태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우아한형제들이 공식 사과하고 수수료 백지화를 발표했음에도 정치권에서 연일 스타트업을 두들기는 데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배달의민족 자체적으로 깃발 꽂기와 독과점 문제를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단체 관계자는 “정치권이 민간 배달앱에 우호적이진 않은 상황이다. 창업자와 대표가 공식 사과했고 수수료 제도도 개편한다고 밝혔으니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비난을 삼가야 한다”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소비자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플랫폼은 없다. 정부도, 스타트업 단체도 해결할 수 없다. 플랫폼이 스스로 고민해 대책을 세워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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