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익편취 규제 총수일가 지분 기준 상장·비상장사 20% 일원화’ 정부 단독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
대기업 경제력 집중 막고 중소기업 경쟁 기반 보호 취지 공정거래법 개정안 폐기 수순
총수일가 지분율 20~30%로 규제 회피한 상장사 21개 집단 소속 29개사
공정위 21대 국회서 법안 발의 재추진 의지···“시행령 개정으로 바꿔야” 지적도

2019년 12월16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가운데)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왼쪽)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에 참석한 사진이다. / 사진=연합뉴스
2019년 12월16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가운데)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왼쪽)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에 참석한 사진이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를 막는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를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초 대기업 경제력 집중을 막고 중소기업 경쟁 기반을 지킨다는 취지로 관련 개정안을 내놨지만 국회 처리만 기다리다 현재 해당 법안이 폐기될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한 사안이어서 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2018년 11월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당시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대표발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개정안에는 ‘사익 편취 규제 대상 확대’ 방안이 담겼다. 개정안은 취지에 대해 “현행 법률에서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키고 중소기업의 공정한 경쟁 기반을 훼손하는 부당내부거래를 근절하기 위하여”라고 밝혔다. 재벌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적 경영권 승계를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이 방안은 일감 몰아주기를 막기 위해 사익 편취 규제 총수 일가 지분 기준을 상장·비상장사 모두 20%로 일원화하고, 또한 이들 회사가 발행주식 총수의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켜 사익 편취 규제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현행법은 총수 일가가 보유한 지분이 상장회사의 경우 30%, 비상장회사는 20% 이상일 경우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 제공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 방안에 따라 대기업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이 확대될 경우 금융정보 서비스기관인 인포맥스에 따르면 자산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 대상 28개 대기업집단의 소속 계열사 136곳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 편취 규제 대상에 새로 추가된다. 이 경우 자산 10조원 이상 기업집단에서 총수 일가 지분율이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이 되는 계열사는 모두 311곳으로 늘어난다.

이 경우 총수 일가 지분율을 규제 기준보다 살짝 낮춰 규정을 회피하는 ‘사익 편취 사각지대’에 있는 대기업집단들은 지분율을 낮추거나 일감 몰아주기를 그만둬야 한다.

공정위가 발표한 ‘2019년 대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에 따르면 효성은 31개의 사익 편취 사각지대 회사를 보유했다. 넷마블 18개, 신세계·하림·호반건설이 각 17개 순이었다. 특히 총수일가 지분율이 29~30% 사이로 규제 기준을 살짝 회피한 사각지대 회사는 현대글로비스, SK㈜, ㈜영풍, KCC건설, 코리아오토글라스, 태영건설 등 6곳이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20~30% 사이로 규제를 회피한 상장사는 21개 집단 소속 29개사다.

그러나 20대 국회에서 야당과 재벌기업의 압박으로 사익편취 규제 대상 확대 등 여러 공정경제 장치들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가 사실상 무산됐다. 이에 정부 개정안과 민주당의 법안도 자동 폐기 상황에 처했다.

정부 여당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수 없다는 지적이다. 사익편취 규제 총수 일가 지분 기준을 상장·비상장사 모두 20% 일원화 하는 것은 국회 법 개정 필요 사안이 아닌 정부 단독으로 하위법령 개정만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10일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시사저널e>에 “정부 의지만 있다면 시행령만으로도 가능한데 이를 법 개정안에 포함시킨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부분은 추후 공정거래법이 아닌 상법에 담아 모든 기업이 대상이 되도록 해야한다. 규모가 작은 기업들도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익편취 규제 총수 일가 지분 기준을 상장·비상장사 20% 일원화하는 시행령 개정 계획 여부에 대해 “그것은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대 국회 종료로 법안이 폐기되면 21대 국회에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등의 개정안을 다시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강정민 경제개혁연대 팀장은 “사익 편취 규제 총수 일가 지분 기준을 상장·비상장사 모두 20%로 일원화하는 것은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하다”며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초기에 하위법령을 개정했으면 가능했었다. 당시 시민들은 재벌개혁도 요구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