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가격리자와 자가격리자 간 접촉 뿐 아니라 자가격리자 간 접촉도 고려해야”
정부, 12일 자가격라자 투표 세부 지침 발표

10일 대구 중구 동인동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0일 대구 중구 동인동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자가격리자들의 총선 투표가 가능해지면서 의료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명확한 지침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총선 당일 위생 및 방역 관리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규확진자 증가세가 주춤하면서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자가격리 중인 유권자는 15일 본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어떻게 참여할지 등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관련 기관·부처에서 실무협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10일부터 진행된 사전투표는 방역상의 문제로 자가격리자들에게 허용되지 않았다. 자가격리자들은 본투표인 15일 하루만 투표할 수 있다.

김 총괄조정관은 “자가격리자들의 경우 일반 유권자들과 동선이나 시간대를 분리하고 감염 예방을 위한 여러 조치가 수반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협의 후 12일 브리핑에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임시기표소를 마련하고 이에 대한 위생과 방역을 강화하는 특별 투표관리 대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기표소는 투표소 입구에서 발열 및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유권자들이 투표하는 기표소다. 자가격리자들의 투표는 15일 18시 이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의견이 대다수다. 지금은 감염병 예방에 집중할 때인데 투표를 하기 위해 자가격리를 일시 해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비자가격리자들과 자가격리자들의 접촉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가격리자 간 접촉도 위험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권자들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감염을 관리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걱정이 된다. 꼭 이 방법이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감염 우려에 대해 “투표소마다 자가격리자가 3~4명 수준이면 상관없는데 한 번에 많이 모이면 간격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코로나19 발병자가 전파 가능한 사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일단은 일반 유권자들과 섞이지 말아야 하고 자가격리자들끼리도 섞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크스루 선별진료소를 처음 개발한 김상일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장은 “아직은 감염이 더 중요한 때”라며 “자가격리자들을 일시 해제하면 아무래도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개인위생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면 큰 문제가 없는 의견도 있다. 자유로운 일시 해제가 아니라 일정한 통제 하에서 자가격리자들을 일시 해제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전병율 차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전 질병관리본부장)은 “자가격리자들은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회용 장갑, 손 세척제 등을 사용하고 투표장이나 기표소에서 대화를 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상대방과 대화하더라도 아주 작은 목소리로 얘기하고 비말을 뿜을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하면 감염의 우려가 거의 없다”면서 “자가격리자들의 임의로운 이탈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조치를 취한 뒤 투표가 끝나면 반드시 자가격리 상태로 빠르게 복귀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6시 기준 자가격리자는 총 5만4583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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