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 파격적인 결정에 미국 하이일드 ETF는 급등
국내 글로벌 하이일드 펀드도 상승 가능성 높아
“연준 결정은 타락천사 위한 것···코로나19도 여전해 조심해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투기등급 회사채(정크본드)까지 매입하는 파격적인 유동성 공급 조치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고전을 면치 못했던 하이일드(high yield, 고위험·고수익) 펀드가 대반전을 만들어 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미 연준이라는 안전판이 생기면서 하이일드에 대한 투심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까닭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 연준은 9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기업체 대출과 회사채·지방채 매입 등에 2조3000억달러(2800조원)의 유동성을 추가로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 연방의회를 통과한 ‘경기부양 패키지 법안’에 따른 것으로 재무부 자금을 종잣돈으로 최대 10배 안팎의 유동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번 발표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정크본드, CLO, 주택저당증권(CMBS)까지 지원 범위를 파격적으로 넓힌 것이다. 그동안 연준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 등급의 회사채에 한정해 매입한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정크본드, CLO, CMBS 등의 부실이 꼽히자 채권 매입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미 연준이 안전판을 자처하면서 그동안 힘을 못쓰던 하이일드 펀드에 대한 기대도 살아나고 있다. 그동안 하이일드 펀드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급락하는 상황을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와 유동성 경색 가능성에 하이일드 채권의 리스크가 높아졌던 탓이었다. 이에 하이일드 채권의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또 일부 하이일드 펀드의 경우 CMBS를 편입했는데 이 역시 자산 가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상태였다.

실제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국내 글로벌하이일드 채권 펀드 33개의 평균 수익률은 최근 한 달 기준 마이너스(-) 17.05%였다. 이는 같은 기간 다른 해외채권형 펀드 유형과 비교해 가장 낮은 수익률이다. 이는 심지어 국내주식형 펀드(-12.23%), 해외주식형 펀드(-10.74%) 보다도 성과가 좋지 않다.  

하지만 반전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미 연준의 발표 이후 미국 내 하이일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들이 급등했다. 미국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ETF인 ‘iShares iBoxx High Yield Corporate Bond ETF’(HYG)는 이날 7.5% 급등했다. 이 같은 상승폭은 2009년 1월 이후 처음이었다. 또 다른 하이일드 ETF인 ‘SPDR Bloomberg Barclays High Yield Bond ETF’(JNK) 역시 6.71% 상승했다.

미 연준의 발표 이후 미국 내 하이일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들이 급등했다. / 그래프=시사저널e.
미 연준의 발표 이후 미국 내 하이일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들이 급등했다. / 그래프=시사저널e.

국내 글로벌 하이일드 펀드의 성과도 자연스럽게 좋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글로벌 하이일드 펀드의 자산에서 미국 하이일드 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까닭이다. 여기에 다른 지역에 투자된 하이일드 채권에 대한 우려도 다소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연준이 선제적인 유동성 공급에 나서면서 운신의 폭이 넓어진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추가적인 부양책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여전히 코로나19라는 리스크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 안심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준이 하이일드 매입까지 나서기로 한 것은 사실상 ‘타락천사’(fallen angel·투기등급으로 강등된 기업)를 구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며 “코로나19로 경기가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그외 정크 본드의 리스크는 여전히 크다고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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