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비례대표 후보 차트 조작 의혹 제시
‘비례배분제’ 방식 음원정산 문제

/이미지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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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치권까지 음원 차트 조작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다시금 ‘음원 사재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앞서 잇단 논란으로 멜론·지니 등 디지털 음원 차트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갔다. 관련 업계는 기존의 산정 방식을 바꾸고 실시간 차트도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근태 국민의당 청년비례대표 후보는 “마케팅회사 크레이티버가 불법 해킹 등 ID로 음원 차트를 조작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고발하겠다고 9일 밝혔다. 그가 조작에 연루됐다고 주장한 뮤지션은 총 10팀이다. 이 같은 주장에 실명이 거론된 뮤지션들은 일제히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업계는 이 같은 음원 사재기 의혹이 뮤지션이 속한 기획사 규모와 무관하게 이뤄진다고 주장한다. 한 음원 유통업계 관계자는 “자금력이 되는 대형 기획사 외에도 소속 뮤지션을 띄우거나 수익을 위해 여러 아이디를 이용해 메크로를 돌려 차트권에 올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초 한 뮤지션은 대형 기획사 소속이 아니었음에도 사재기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누리꾼들은 무명 뮤지션이 유명 뮤지션의 신곡들을 제치고 상위권을 차지한 게 의심이 된다고 지적했다. 짧은 기간 동안 음원 순위가 급상승하는 것도 음원 사재기 의혹의 주된 근거로 제시된다.

음원 유통업계 및 전문가들은 현 음원 정산 방식인 ‘비례배분제’와 실시간 음원 차트를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이는 전체 이용자가 지불한 금액을 음원의 스트리밍 횟수가 많은 순으로 나열한 뒤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나누는 방식이다. 현재 방식에 따르면 실시간 음원 차트 상위권에만 들면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일단 높은 순위에 음원을 진입시키고 나면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구조 탓에 사재기 유혹이 반복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차트 순위 조작을 통해서 방송이나 광고 출연에 대한 기회가 증가하고 동시에 음원 제작자라든가 가수에게 불법 음원 사용료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에 논란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음원 유통업계 관계자는 “근본적인 문제는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 건당 산정한 금액 비중이 상위권에 쏠리는 것”이라면서 “음원 사재기를 근절하기 위해선 순위 차트를 비공개로 바꿔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멜론, 지니 등을 제외한 후발 음원 플랫폼 업체들은 왜곡된 음원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1시간 단위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거나 새로운 음원 사용료 정산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앞서 플로는 24시간 누적 기준 차트에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한 ‘FLO Chart(플로차트)’를 내놓았다. 새로운 차트는 인공지능(AI)이 플로 이용자의 청취 시간과 앨범 취향 등을 데이터화한 후 비정상적인 재생 패턴을 가려낸다. 재생 패턴이 비정상적이라고 판단되면 최종 순위 산정에서 제외돼 차트 왜곡을 줄이게 된다. 네이버 음악 플랫폼 바이브도 이용자가 낸 스트리밍 요금이 이용자가 실제로 들은 음악의 저작권자에게만 전달되는 정산 방식을 올 상반기 중에 도입할 예정이다.

김작가 음악평론가는 “실시간 순위 차트로 인해 음원 사재기가 생겨난 만큼 네이버 바이브처럼 차트를 비공개하거나 근본적으로 폐지하는 방향이 음원 사이트가 장기적으로 가야 할 길”이라고 지적했다.

음원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용자 중심의 변화가 사재기를 줄이기에 적합한 방식이고, 유럽도 이 같은 정산 비례 방식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다만 음원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건당 산정된 금액이 지금보다 올라가지 않는다면 뮤지션과 관련 저작권자들의 음원 수입은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에 음원 업계 1위인 멜론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모양새다. 멜론 관계자는 “음악산업 당사자들 및 문체부 유관 기관들과의 협의를 통해 권리자의 권익 향상을 위한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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