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트레이더스, 무료회원제 도입···가격경쟁력 높은 자체 상품 많이 확보하는 것이 관건
코스트코, 국내 창고형 할인매장 중 1위···차별성 위한 포지셔닝 전략 구상 필요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비회원제로 운영해 온 이마트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가 회원제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코스트코, 롯데 빅마켓과 본격 경쟁을 벌이게 됐다. 체계적인 회원 관리와 전용 혜택을 제공해 더 많은 충성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다양한 상품을 구매하는 방식의 창고형 매장이 부상하고 있어 트레이더스의 무료회원제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 창고형 할인매장은 크게 코스트코, 이마트 트레이더스, 롯데 빅마켓으로 나뉜다. 이 중 트레이더스는 무료회원제 서비스 ‘트레이더스 클럽’을 공식 론칭했고, 코스트코는 기존대로 유료회원제를 유지한다. 롯데 빅마켓은 비회원제로 운영하는 경쟁사와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져 오는 6월부터 유료회원제를 폐지한다.

이마트는 무료회원제 서비스를 도입한다. 이마트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가입할 수 있으며 신세계 포인트 회원과도 연동된다. 트레이더스가 무료지만 회원제를 도입한 이유는 기존 고객을 락인(Lock-in·기존 서비스를 한번 이용하면 계속 이용하는 현상)하기 위해서다. 재구매율을 높이고 고객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트레이더스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창고형 할인점을 모티브로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유료 서비스 도입은 고려하지 않았다. 고객 관리를 위해선 회원제가 필요하지만 유료 서비스를 시작할 경우 진입장벽이 생기고 기존 고객 이탈 등 고객 유지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이마트는 이번 트레이더스 클럽을 통해 모바일 앱으로 할인 쿠폰을 미리 제공하고 다양한 맞품 프로모션을 전개해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경쟁사인 롯데 빅마켓이 오는 6월부터 유료회원제를 무료회원제로 전환하기로 한 만큼, 이에 대응해 기존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부여하면서 이탈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도 숨겨져 있다.

실제 트레이더스는 이마트의 새로운 수익 기반으로 자리매김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마트의 올 1분기(1~3월) 누적 총매출은 3조4661억원으로 전년 동기 3조3233억원에 비해 4.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소비 위축과 휴점으로 본업인 할인점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2.4% 하락했지만 창고형 할인매장인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경우 별도기준 1분기 전체 점포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21.8%나 증가했다.

신규 출점도 트레이더스에 힘을 실었다. 트레이더스는 지난해 서울시내 첫 점포인 월계점을 비롯해 스타필드시티 부천점과 부산명지점 등 3개 점포를 새로 열어 총 점포 수가 18개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이마트는 덕이점·서부산점·광주상무점 등 3개점을 폐점해 대조를 이뤘다.

이에 반해 코스트코는 유료회원제를 고집하고 있다. 연회비 3만8500원을 내야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좋은 제품을 살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글로벌 유통업체 중 유일하게 한국 시장에서 생존했다. 국내 진출 초기에는 영업손실을 겪었지만, 4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유료 연회비에도 국내 회원 수는 100만명에 달하며, 매년 갱신율은 90%를 웃돈다. 코스트코를 주기적으로 찾는 주 고객에게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코스트코 양재점은 전 세계 코스트코 매장 751개 중 매출액 1위에 랭크돼 있다. 국내 유통업체가 창고형 할인점에 섣불리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다.

코스트코를 벤치마킹해 만든 롯데 빅마켓도 결국 유료회원제(연 3만5000원)가 성과를 보지 못해 오는 6월부터 유료회원 서비스를 접기로 했다.

빅마켓의 최근 3년간 매출 신장률은 2017년 7.8%→2018년 2.6%→2019년 1.4%로 낮아졌다. 지난해 매출은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반면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같은 기간 매출 신장률은 27.2%→25.5%→22.4%로 둔화하기는 했으나 비교적 높은 20% 이상 신장률을 이어갔다. 이는 매장 수와도 관계가 있다. 트레이더스가 2010년 1호점을 개시한 이후 점포 수를 18개까지 늘린 반면 빅마켓은 2014년 킨텍스점 개점을 마지막으로 전국 점포 수가 5개에 그친다.

이에 따라 무료회원제를 도입한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코스트코가 자체 브랜드 및 100% 환불을 해주는 상품보증제 서비스를 실시하는 데 대해 차별점을 만들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스트코가 유료회원제임에도 국내 매장과 차별점을 내놓아 성공한 것”이라며 “차별화된 서비스, 회원들을 위한 것을 만들어야 트레이더스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저성장 시대에 합리적인 쇼핑을 즐기는 고객이 많아지는 추세지만, 창고형 할인매장은 차별화된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찾기 때문에 일반 매장에서 찾기 어려운 상품군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코스트코가 유료회원제임에도 많은 고객을 보유하는 데는 퀄리티 높은 상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소비자들은 코스트코가 유료회원제를 고수하는 만큼 다른 창고형 매장에 비해 상품의 품질이 더 좋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결국 저가 전략을 추구해 왔던 이마트, 롯데 등은 가격 대비 품질에서 포지셔닝 전략을 구상하는 게 난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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