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자동차 수요 전년 대비 7.8% 감소···작년 쌍용차 호주법인 51억원 적자
유럽 법인과 중국 법인은 흑자 유지 및 적자 폭 감축

쌍용자동차 경영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8년 ‘새로운 시장 공략’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세워진 호주 법인이 지난해 구원투수 역할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법인은 오히려 적자를 기록하며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있다.

지난 8일 예병태 쌍용차 사장은 “4월 월급을 못 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구조조정에 대한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쌍용차는 2016년 반짝 흑자(당기순익 581억원)를 기록한 뒤 연이어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3413억원에 달한다.

연이은 적자에 자본잠식도 시작됐다. 자본잠식은 기업의 적자 누적으로 인해 잉여금이 마이너스가 되면서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은 상태를 말한다. 지난해 말 기준 쌍용차의 자본잠식률은 46.2%로 집계됐다.

호주법인 수익성. / 자료=쌍용차,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이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내세웠던 쌍용차 호주 법인 역시 지난해 좋은 실적을 내지 못했다. 쌍용차는 2018년 새로운 시장 공략을 내세우고 수출 실적 개선을 위해 호주에 직영 해외판매법인(Ssangyong Australia Pty Ltd)을 출범했다.

그러나 호주 시장에서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면서 자연스레 호주 법인 실적도 적자를 기록했다. 쌍용차 측에 따르면 호주를 포함한 오세아니아 자동차 시장 수요는 지난해 전년 대비 7.3% 감소한 119만대에 그쳤다. 호주와 뉴질랜드 시장을 나눠서 보면 호주는 대출심사 강화와 함께 임금상승이 둔화세에 접어들면서 자동차 수요가 전년 대비 7.8% 줄었다. 뉴질랜드는 전년 대비 4.3% 감소했다.

수요 감소는 자연스레 실적으로 이어졌다. 쌍용차 호주 법인은 2018년 설립 직후 사업 기반을 확립 과정에서의 적자 발생에 이어 본격 영업에 나선 지난해에도 5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손실이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현재 쌍용차가 처한 상황을 감안하면 아쉬운 실적이다.

유럽법인 수익성. / 자료=쌍용차,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반면 유럽 법인(Ssangyong European Parts Center B.V.)과 중국 법인(쌍용기차유한공사)은 흑자 유지 및 적자 폭 감축에 성공했다.

유럽 법인은 지난해 1억6088만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유럽에서 친환경차 수요가 늘고 있음에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당기순익을 유지한 것이다. 중국 법인 당기순손실은 지난해 2억2420만원으로 전년(7억77017만원) 대비 큰 폭으로 줄였다.

한편, 쌍용차 대주주 마힌드라 그룹은 쌍용차에 대한 2300억원의 지원을 철회한 상태다. 400억원의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업계선 해당 비용은 한 달 고정비 수준에 그쳐 도움이 안 된다는 평가다. 실제로 쌍용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쌍용차가 1년 내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은 2563억원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매입채무(4773억원) 및 미지급금(1207억원)도 문제다.

쌍용차는 결국 정부와 금융당국에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예병태 쌍용차 대표는 지난 6일 ‘임직원 여러분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노동조합과 협력을 바탕으로 정부와 금융권 지원 요청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