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늘어난 제주행 탑승객에 LCC업계 김포~제주 노선 증편 
인천공항 비해 이용객 수 선방했지만···입점 매장 직원들 “여전히 막막”

9일 오전 10시 김포공항 국내선 2층 탑승수속 카운터 주위로 이용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양세정 인턴기자
9일 오전 10시 김포공항 국내선 2층 탑승수속 카운터 주위로 이용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 사진=양세정 인턴기자

9일 오전 10시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2층 탑승수속 카운터 주위로 삼삼오오 무리를 지은 사람들이 발권 티켓을 받아들고 있었다. 분위기 자체는 한적했지만 오가는 사람은 꾸준했다. 안내판에는 김포에서 출발해 제주, 부산, 여수 등으로 가는 노선들이 시간대 별로 차 있었다.
 
김아무개(63‧여)씨는 무인 발권기 앞에서 일행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그는 “친구 4명과 함께 제주도를 며칠간 다녀오려고 한다”며 “원래 해외여행을 생각했었는데 코로나19로 상황이 마땅치 않고 지금 제주도에서 일하는 지인도 있어 얼굴도 볼 겸 다녀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인근 대기석에서 앉아 있던 20대 커플(남 27세‧여 23세)도 제주도로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여행용 가방을 점검하고 있었다. 여성은 “원래는 코로나19 확산 전인 1월에 세부로 가려고 계획했었지만 막혔고, 어쩔 수 없이 제주도로 2박 3일 여행을 가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외국 여행이 어려워지면서 항공업계는 김포~제주행 노선을 늘리고 있다. 지난달 16일 에어부산은 업계 가운데 가장 먼저 김포~제주 노선을 일일 왕복 2회에서 3회로 확대했다. 이어 에어서울은 기존 주당 25편에서 32편으로, 진에어는 평일에는 일일 왕복 6회, 주말에는 일일 왕복 8~10회로 증편했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지방 출장을 가거나 국내 여행을 떠나려는 수요 덕에 부산행과 제주행 탑승객은 지난 2월 말이나 지난달 초보다 늘긴 했다”면서도 “수요가 있어 증편하고는 있지만 지난해와 비교하기에는 우스운 수준으로 상황이 어렵다. 저비용항공사(LCC) 모두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탑승 수속을 안내하는 항공사 직원들은 지난 2월보다는 그나마 상황이 나아졌다고 답했다. 한 항공사 직원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했던 2월 초반에 주춤하다가 지난달부터 탑승객이 다시 늘어났다”라고 말했다. 다른 항공사 직원은 “지난 2월보다는 상황이 낫다. 하지만 방문객이 크게 늘지는 않았고 약간 늘어난 정도”라는 반응을 보였다. 

9일 오전 김포에서 제주와 부산 등으로 가는 노선 안내판 아래 탑승객들이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사진=양세정 인턴기자
9일 오전 김포에서 제주와 부산 등으로 가는 항공 노선 안내판 아래 탑승객들이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 사진=양세정 인턴기자

현재 김포공항은 하루 평균 2만4000여명의 여객 수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선 운항 대부분이 중단되면서 국내선을 증편해 이용객을 간신히 붙들어두고 있다. 인천공항이 지난 6일 여객 수 4500여명을 기록, 5000명 선이 붕괴된 것에 대비해 선방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김포공항 입점 매장 관계자들은 계속해서 매출이 곤두박질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2층에 위치한 푸드코트 매니저는 “작년에는 시간당 50~60명이 오갈 정도로 사람이 붐비던 곳인데 코로나19 이후 사람이 급격히 줄었다. 오늘도 한 시간에 1~2명뿐”이라며 “잠깐 방문객이 늘었던 것 같았는데 제주도에서 유채꽃밭을 갈아엎는다고 한 뒤로는 사람이 다시 줄어든 것 같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이미 직원 4명은 권고사직을 당했고 다음 주부터는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무급휴직에 들어갈 것 같다. 그렇게 해서라도 매장 영업을 이어가려고 하는데 사정이 더 악화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김포공항 국내선 4층 식당가에는 점심 시간에도 빈 자리가 많았다./ 사진=양세정 인턴기자
김포공항 국내선 4층 식당가에는 점심 시간에도 빈 자리가 많았다. / 사진=양세정 인턴기자

실제로 2층 서편과 동편에 나뉘어 위치한 푸드코트는 점심시간에도 한산했다. 매장마다 손님이 두어명 정도가 있는 수준이었다. 4층 식당가 역시 상황이 비슷했다. 언뜻 보기에는 식사하는 사람들로 꽉 찬 듯했지만 내부에는 빈 테이블이 수두룩했다.
 
매장 한 직원은 “식당가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 지금도 점심시간인데 이렇게 사람이 없지 않냐”며 “성수기 때는 일평균 800만원 매출을 올리던 매장이 지금은 120만~130만원대로 꺾였을 정도로 상황이 어렵다. 이 층에 있는 매장 전체 상주 직원도 평소 대비 30%밖에 안 되는 수준”이라고 하소연했다.

김포공항 국제선 탑승수속 카운터 인근으로는 인적을 찾기도 어려웠다./ 사진=양세정 인턴기자
김포공항 국제선 탑승수속 카운터 인근으로는 인적을 찾기도 어려웠다. / 사진=양세정 인턴기자

한편 운항이 중단된 국제선 탑승 코너에서는 인적을 찾기도 힘들었다. 항공편 출국과 도착을 알리는 전광판에는 목록 아래로 아무런 표시가 없었다. 2층 탑승 수속 카운터에는 불이 꺼져 있었고 인근에는 은행을 비롯한 일부 영업점 직원들이 손님 없는 매장을 지키고 있었다.

3층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아베 총리가 한국인 입국 금지 발표(지난달 5일)를 한 뒤 부터는 줄곧 분위기가 썰렁했다”며 “위층 푸드코트는 아예 문을 닫았고 옆 편의점(이마트24)도 4시쯤이면 장사를 접는다. 점심시간에 직원들이 약국을 찾아와 공적 마스크를 물어보기 때문에 의무감으로 영업을 하고는 있지만 마음 같아서는 그냥 쉬고 싶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