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클럽·룸살롱 등 4685개 시설에 집합금지 명령···칵테일바 등 잇달아 확진자 발생
전문가들 “클럽이 상대적 더 위험, 정부가 유흥시설 업주에 손실 보전해야”

8일 코로나19 확진자가 근무했던 서울 강남구의 한 유흥주점에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8일 코로나19 확진자가 근무했던 서울 강남구의 한 유흥주점에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 클럽과 룸살롱 등 유흥시설 영업정지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서울시는 유흥시설에 집합금지 명령을 고지한 상태다. 이에 전문가들은 서울시 조치가 방역에 도움이 된다며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8일 “유흥시설, 즉 룸살롱과 클럽, 콜라텍에 대해 오늘부터 정부가 설정한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인 오는 19일까지 집합금지 명령을 내린다”고 발표했다. 박 시장은 “이렇게 되면 유흥시설들은 자동적으로 영업을 할 수가 없다”며 “감염병예방법에 나오는 시장의 권한으로 사실상 영업 중단을 명령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움직임은 서울시 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감염 위험이 있는 유흥시설을 불시점검하거나 지도를 강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집합금지 명령이 고지된 유흥시설은 총 4685개다. 룸살롱과 클럽, 콜라텍 등 2164곳에 단란주점 2539곳이 더해진 수치다. 박 시장의 조치는 최근 강남구 역삼동의 룸살롱 ‘ㅋㅋ&트렌드’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2명 나오는 등 유흥업소에서 집단감염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일본에서 귀국한 모 가수의 지인인 A씨와 그의 룸메이트인 B씨가 ‘ㅋㅋ&트렌드’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지며 유흥업소에서 방역이 논란이 되고 있다. 업소별로 차이는 있지만 지하의 밀폐된 공간에서 신체 접촉이 많다는 점에서 감염병 전문가들이 그동안 위험성을 지적해왔다.  

하지만 유흥시설 업주들 생업을 차단할 가능성이 있어 정부는 그동안 콜라텍과 클럽, 유흥주점 등 유흥시설 운영을 중단하고, 불가피하게 운영할 경우에는 방역당국이 제시하는 사항을 준수해달라고 요청해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ㅋㅋ&트렌드’ 사태에 이어 서래마을 칵테일바와 이태원 소재 일반음식점에서 잇달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유흥시설 방역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일단 박 시장의 조치에 대해서는 방역에 도움이 되며, 더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전병율 차의과학대학교 보건산업대학원장(전 질병관리본부장)은 “박 시장의 조치는 법적으로 쉬운 조치가 아니다”라며 “유흥시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국민들이 불안해 한다”고 전했다. 전 원장은 “일반인 여론조사를 보면 (박 시장 조치에 대해) 다 찬성한다”면서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흥시설은 고객 추적이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며 “역학조사를 하는 방역당국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참고로 서울시는 ‘ㅋㅋ&트렌드’의 고객 장부를 넘겨 받아 조사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 교수는 “서래마을 칵테일바 건은 규모가 작아도 환자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미 코로나19가 우리 주변에 스며들었다는 사실을 주목케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흥시설의 경우 정부가 운영 중단을 강력하게 권고했지만 사후 책임 소재 때문에 단속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었다”며 “정부는 강력하고 과단성 있게 유흥시설 방역에 치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상대적으로 (그동안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교회나 콜센터에 비하면 룸살롱은 감염 가능성이 낮긴 하다”며 “대개 여러 개 방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면 클럽은 집단감염 위험성이 더 크지만 이용 고객이 주로 젊은 층이어서 증상이 없을 경우 병원에 안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방역적 측면에서) 박 시장의 조치는 맞다”고 말했다. 천 교수는 “2주나 3주 동안 유흥시설 영업을 중지시키면 그 기간에는 코로나19 감염을 막을 수는 있다”면서 “정부가 추후 플랜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오는 19일 이후 어떻게 하겠다는 장기 플랜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천 교수는 “전체 국민들에게 일정금액을 지급하는 방안도 좋지만 (정부는) 자영업자나 유흥시설 업주들한테 영업 중단에 따른 손실을 일정 부분 보전해주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제는 교회나 콜센터가 아닌 유흥시설 방역이 이슈로 부상해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최소한 정부가 제시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만이라도 일정 부분 자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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