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더 빅3 한솔섬유 내부서 희망퇴직설 돌아···“공식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 일축
유니클로 이메일 오류 발송 시작으로 패션업계 구조조정 현실화···수출 부문 어려워진 탓

/ 사진=한솔섬유 홈페이지 캡처
/ 사진=한솔섬유 홈페이지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의류업체를 중심으로 인력 구조조정이 시작되고 있다. 그 중 국내 3대 의류수출 벤더사인 한솔섬유 내부에서도 희망퇴직설이 번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 경제를 덮치면서 내수 소비 위축에 더해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으로의 해외 수출이 중단된 영향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솔섬유는 최근 내부에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특히 해외 수출 중심 부서를 중심으로 희망퇴직설이 돌고 있고 인원 감축을 준비 중이다.

한솔섬유는 의류벤더 업체로 지난 1992년 설립됐다. 주문자상표생산(OEM),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월마트, GAP, 유니클로, 홀리스터, 빅토리아시크릿 등에 의류를 납품하고 있다. 복잡한 옷을 잘 만드는 벤더로 차별화를 펼쳐왔으며 국내 의류 벤더 업계에선 세아상역, 한세실업과 함께 빅3로 분류된다.

한솔섬유 내부에서 인원감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시장 여건이 악화되면서 수출사업이 중단된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해외 수출사업이 중단되거나 미국 유럽 등의 바이어들은 주문을 취소하고 있다.

한솔섬유 직원 A씨는 “최근 직원들 사이서 희망퇴직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어 하루하루가 불안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오는 13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4월15일부터 순차적으로 희망퇴직이 시행되며 대상자는 2개월분의 급여 및 실업급여가 지급된다”면서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을 경우 사측에서 권고사직으로 변경해 결국 인원 감축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계약직원은 “저번주 금요일까지 계약직원은 모두 퇴직하게 됐고 일부 부서에선 무급휴가 얘기까지 나왔다”면서 “아직 인원 감축이 본격 시행되고 있진 않지만 계약 직원은 해고 통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관련 내용은 내부에서 소문처럼 돌고 있다. 다만 최근 유니클로의 ‘이메일 오류 발송’을 계기로 패션업계 구조조정 움직임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한솔섬유 역시 인원 감축에 대한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한솔섬유 관계자는 “내부에서 인원 감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섣불리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이라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고민 중”이라며 “아직 공식적으로 결정된 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매출 회복이 어려운 부서에선 일부 인원이 줄어들 수는 있다”고 했다.

계약직 해고 통보에 대해선 “계약직원을 채용할 때는 정규 전환까지 생각하고 뽑는 편인데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직원 채용을 미룬 상황이다”면서 “계약직원은 1달 단위로 채용되는데 이번은 오히려 연장근무 후 지난주 금요일 근무를 종료시켰다. 해당 직원은 총 18명인데, 사전 공지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솔섬유 외에도 패션업계 인원감축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수출 비중이 90% 넘는 한세실업은 지난주부터 비상경영대책협의에 들어갔다. 기존 인력 감축은 단행하지 않았지만 신입사원을 뽑기 위해 진행했던 공채는 면접을 앞두고 돌연 중단했다.

의류 전문기업 신원도 해외사업부를 축소하고 직원 7명을 정리해고 했다. 신성통상은 지난 8일 직원 22명을 권고사직 처리했다. 의류 수출업체 풍인무역도 이달 초 직원의 50% 이상에 대해 무기한 무급휴직을 통보하고 권고사직을 요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패션업계 구조조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미국과 유럽에서는 주문 취소가 잇따르고 동남아에 있는 공장은 라인 가동 중단되고 있다. 사태 수습이 늦어질수록 업계 구조조정은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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