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자영업자 경제타격 3개월 째인데 SNS에는 꽃놀이 사진·유흥업소는 문전성시
자가격리 및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해야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을 뒤늦게 보기 시작했다. 국경과 시대를 막론한 재난 영화의 클리셰가 킹덤에도 등장했다. 교통수단도 변변찮은 조선시대에 좀비가 어떻게 퍼지나 지켜보니, 아니나다를까 인간들의 이기심이 좀비의 확산을 불러왔다. 좀비가 나온다는데도 유흥을 위해 모른 척 하거나, 책임지기 싫어 도망간 관료들이 일을 그르쳤다. 킹덤을 보면서 자꾸 현 시대가 투영됐다. 수개월째 이어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떠올랐다.

코로나19 확진자 하루 증가 폭이 두 자릿수로 줄어들었다. 2월 중순 폭발적으로 치솟았던 확진자가 잠잠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부는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해외유입과 수도권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은 인구가 많아 감염 방어벽이 뚫리면 확진자가 대거 늘어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SNS에 ‘#사회적거리두기 실패’가 이슈가 된다는 것이 안타깝다. 주말에 꽃놀이를 간 사진이 SNS에 넘친다. 여의도 한강, 경남 창원, 제주 같은 지역에 몰려드는 것은 2차 감염을 높일 수밖에 없다. 자가 격리 수칙을 어기고 돌아다니는 해외 입국자들도 마찬가지다. 격리 수칙을 잘 지키는 입국자까지 머쓱해지는 상황이다.

클럽, 유흥업소, 룸살롱이 문전성시라는 것도 황당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8일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그동안 시내 클럽, 콜라텍, 유흥주점 2146곳에 일시 휴업을 권고했는데 422개 업소가 영업 중"이라며 “이런 장소들에서는 밀접 접촉이 이뤄지고, 방역 수칙을 지키기가 불가능해서 19일까지 집합금지 명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경제난이 3개월 째 이어지고 있다. 기자가 출입처 사람들과 전화를 하다보면 모두 ‘경제’ 이야기만 한다. 코로나19와 경제난을 빼고는 기삿거리도 거의 없는 수준이다. 개학이 미뤄지면서 대학가 식당과 인쇄업체 타격이 크다. IT업계와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특히 해외진출 길이 막혀 매출이 안 나온단다.

상반기 해외 IR(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는 한 스타트업 대표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이 동시다발적으로 코로나 사태가 불거지면서 해외 벤처캐피털 투자 계획도 다 어그러졌다”면서 “해외 투자를 받고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려고 했는데 당장은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기자도 매년 3월마다 ‘스타트업포럼’ 행사를 기획하고 섭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2월 중순 갑자기 확진자 수가 치솟은 탓에 행사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 장소 대관, 연사 섭외, 기획 기사 모두가 차질을 빚었다. 연사들에게 일일이 행사 연기를 알리고 일정을 비워달라 읍소했다. 행사가 언제 재개될지 미지수다.

경제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져야 한다. 코로나19를 잡아야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친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기업과 자영업자에게 돈을 푸는 것 말고도 시장이 다시 굴러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굳이 감염병 대응 수칙을 가져오지 않아도 꽃놀이나 유흥업소‧클럽을 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안다. 알지만 모른 척 하는 것이다. ‘나 하나 정도의 이기심은 괜찮겠지’라는 생각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될수록 경제주체들은 힘들어지고, 이는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기심이 결국 제 목을 조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킹덤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것은 좀비가 아니듯, 코로나19 사태를 이끌어가는 것도 감염병 자체가 아니다. 이기심도 감염된다. 자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생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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