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의 집안경쟁 속 전략 마련 골머리
K시리즈 vs 아반떼·쏘나타·그랜저···쏘렌토 하이브리드 사태 이후 싼타페와의 경쟁도 ‘숙제’

송호성 기아자동차 사장. / 사진=조현경 디자이너
송호성 기아자동차 사장. / 사진=조현경 디자이너

현대자동차가 신차 흥행에 연이어 성공하면서 송호성 기아차 사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해 출시한 쏘나타·그랜저부터 올해 신형 G80, 아반떼 등 세단이 연타석 흥행 홈런을 날리면서 기아차 K시리즈 판매가 위축될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송호성 사장은 지난 달 27일 기아차 신임 사장으로 부임했다. 송 사장은 수출기획실장, 유럽총괄법인장, 글로벌사업 관리 본부장 등을 역임한 글로벌 전문가다. 기아차는 송 사장 선임과 관련해 미래모빌리티 비전 및 성장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한 리더십 변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송 사장은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다.

먼저 현대차와의 집안경쟁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현대·기아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70% 수준이다. 그룹 내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쪽이 국내차 시장을 선도하게 된다.

특히 기아차 K시리즈는 현대차의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등과 정면대결하는 차종으로 서로 신차가 나올 때마다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 K7은 지난해 11월 경쟁모델인 그랜저가 출시하자 판매가 바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K7 판매는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 평균 6957대였으나 그랜저가 출시 이후 6000대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도 K7 판매(월 평균 3945대)는 주춤한 반면, 그랜저는 지난 3월 1만6600대를 판매하며 3년내 최고치를 경신했다.

K3의 경우 지난해 월 평균 3698대를 판매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월 평균 2088대에 그쳤다. 올해 4월 아반떼 출시가 가까워지면서 K3 판매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K5는 지난해 12월 신차를 출시한 이후 올해 들어 월 평균 6833대를 판매하며 지난해 평균(3305대)보다 2배가량 판매가 늘어났다.

지난해 K시리즈 판매(15만772대)가 기아차 내수 판매의 약 29%를 차지한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 세단의 연이은 성공은 송 사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쏘나타와 그랜저는 지난해 10만대 판매를 넘겼으며 아반떼는 사전 계약 첫날 1만여대, G80은 첫날 2만2000여대를 계약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 등 현대차 신차들이 K시리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다”며 “다만 차종별 가격대를 다양하게 조정해 최대한 소비자층이 겹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쏘렌토의 판매 확대에도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지난 2월 20일 쏘렌토는 사전계약 하루 만에 역대 최다인 1만8800여대 계약을 기록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하이브리드 모델이 친환경차 세제혜택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전계약을 중단했다.

업계에서는 송 사장의 전임인 박한우 사장이 퇴임한 이유도 쏘렌토 하이브리드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쏘렌토는 지난해 국내 기아차 SUV 판매의 23%를 담당한 주력 모델이다. 지난 2018년의 경우 기아차 SUV 판매 중 약 29%의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 쏘렌토는 하이브리드 사태 뿐 아니라, 현대차 싼타페와의 경쟁도 남아있다. 싼타페는 쏘렌토와 국내 중형 SUV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모델이다. 싼타페는 연내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신형 싼타페에는 쏘렌토와 마찬가지로 하이브리드 모델이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신형 싼타페 하이브리드 모델이 친환경차 기준을 충족시킬 경우 쏘렌토 고객층이 싼타페에 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재용 이화여대 미래사회공학부 연구교수는 “그동안 국내 중형 SUV에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없어 이를 기다렸던 고객들이 상당수”라며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친환경차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싼타페가 인증에 성공할 경우, 시장을 선점하면서 우위를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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