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하’, 경제활성화 효과 두고 여야 여전한 ‘평행선’
통합당, 법인세 누진구조 2단계 축소·과표구간별 세율 2~5%p 인하 공약
민주당 "법인세 인하 요인 부재"···인하 시 상당 규모 세수 부족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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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 인하 문제가 총선 과정에서 재차 논란이 되고 있어 향후 21대 국회에서 갈등 요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이창원 기자

4·15총선 과정에서 기업 경영자와 노동자 간 갈등의 불씨였던 법인세 인하 문제가 재차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제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달으며 각계 각층의 요구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가 상반된 입장을 담은 공약을 제시해 갈등이 한층 심화되는 분위기다.

미래통합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정당정책’ 중 3번째 공약에는 법인세를 인하해 투자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현재 법인세 4단계 누진구조를 2단계로 축소하고, 과표구간별 세율을 2~5%포인트 인하해 과표기준 영업이익 2억원 이하 기업은 8%, 2억원 초과 기업은 20% 등의 법인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또한 법인세율 인하에 따른 최저한 세율도 과표 100억원 이하 2%포인트 인하, 과표 100억원 초과 현행 유지 등으로 조정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법인세율은 과표기준 영업이익 ▲2억원 이하 10%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 20% ▲200억원 초과~3000억원 이하 22% ▲3000억원 초과 25% 등이고, 이로 인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총 조세수입 대비 법인세수 비중 3위,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 6위 등으로 법인세를 과도하게 걷어 들이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주장은 통합당의 일관된 주장이기도 하다. 앞서 지난 2월 18일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법인세의 과표 구간을 단순화하고 세율도 과감히 낮춰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적극 유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투자, 고용 등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고, 법인세 인하가 그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인식인 것이다. 무엇보다 개개인의 소득을 지원하는 정책보다 법인세 등 세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통합당의 법인세 완화 주장은 경영자측으로부터 환영을 받는 분위기다. 또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달 23일 국회에 제출한 ‘경제·노동 분야 40대 입법 개선과제’에서 법인세 관련 ▲OECD 평균 수준인 22%로 인하 ▲ 최저한세제 폐지 등 내용을 포함시킨 바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한국의 실물경제가 ‘비상국면’에 돌입한 상황에서 기업 활력·글로벌 경쟁력 등의 제고를 위해서는 법인세 인하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법인세 인하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공약에 직접적인 내용을 담지는 않았지만 법인세 인하 요인이 없고,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서도 접대비 한도 확대, 유턴기업 세제 지원 대상 확대 등의 조치로 법인세 인하 효과가 충분하다는 것이 정부·여당의 기본적인 인식이다.

아울러 법인세를 인하할 경우 상당한 규모의 세수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코로나19 지원 재원’ 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지난 2월 10일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법인세 수입은 72조2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조2000억원 증가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법인세 인하가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주장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22일 자신의 SNS를 통해 “‘법인세 감면=경제활성화’는 신화”라며 “‘낙수효과’는 투자금이 부족하던 과거 고성장 시대에는 진실이었으나, 수요 부족으로 투자할 곳이 없어 투자금이 남아도는 현재는 명백한 허구”라고 밝혔다.

이어 “법인세를 감면하면 투자 고용 경제가 회복된다는 주장은 대전제가 잘못된 것”이라며 “경제현실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채 경제위기와 국민 고통을 이용해 재벌 대기업들 배를 더 불리자는 꼼수”라고 덧붙였다.

법인세는 영업이익이 있는 기업이 납부하는 것으로, ‘흑자기업’으로부터 거둔 법인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 지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노동계도 통합당의 정책과 경총의 요구에 대해 강력 비판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은 지난달 30일 경총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과 자본은 계속 돈을 벌어야겠다, 노동자는 더 열심히 일하다 죽어라’는 게 경총 이야기냐”며 “경총이 코로나 사태를 틈타서 재벌들이 노동자들을 마음 놓고 착취할 수 있는 ‘반헌법적 요구’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글로벌 트렌드는 상속세와 법인세 인하가 아니라 고용유지”라며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배만 채우는 경총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법인세 인하 문제가 다시금 논란이 되자 정치권에서는 해당 문제가 향후 21대 국회에서 핵심 갈등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20대 국회에서도 첨예한 갈등을 빚은 문제이고, 이미 일단락된 문제”라면서도 “법인세 논란은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이고, 이와 관련해 ‘파행’도 심심치 않게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통합당 한 관계자 또한 “시장경제논리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기업 옥죄기’로는 경제상황이 회복될 수 없다”며 “법인세 인하는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만들기 위한 시작점으로 21대 국회에서 집중적으로 요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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