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논의 중이라는 답변만
건강권과 참정권 놓고 갑론을박

8일 서울역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소가 설치되고 있다. 사전투표는 오는 10~11일 이틀간 진행된다. / 사진=연합뉴스
8일 서울역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소가 설치되고 있다. 사전투표는 오는 10~11일 이틀간 진행된다. / 사진=연합뉴스

오는 15일 총선을 앞두고 자가격리자들의 투표 방법에 대해 정부가 고심하고 있다. 자가격리자들은 원칙 상 격리 기간 동안 격리시설이나 집에서 외출을 할 수 없어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의 원칙을 준수하기 위해 자가격리자들을 일시해제 방향을 함께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 당국은 현재 논의 중이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자가격리자들 가운데 코로나19 증상을 보이는 이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자가격리자들의 투표 방안이 결정되면 브리핑을 갖게 될 것”이라며 “시기나 대안들은 아직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본래 사전투표일이나 선거일에 투표소를 방문할 수 없는 이들은 투표소에 직접 가지 않고 우편으로 투표하는 거소투표를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신청기한이 지난달 28일까지였다. 그 전에 자가격리자가 되어 신청을 한 이들이 아닌, 지난달 28일 이후 자가격리에 들어간 이들은 거소투표를 할 수 없게 됐다.

따라서 자가격리자들의 투표 방법이 가장 큰 문제로 부상했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대규모 감염병이 국내 발생하고 그 기간 선거를 치르는 것은 첫 번째 사례다. 자가격리자에게도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을 보장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자가격리자가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상당하기 때문에 이들의 투표 과정 중 추가로 발생하는 감염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안전장치를 어떻게 갖추느냐가 고민 중인 대목”이라며 “선관위와 정부 내에서 실무 협의가 막바지 단계에 있기 때문에 협의가 끝나는 대로 적절한 경로를 통해 적절한 당국자가 구체적인 방침을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선관위는 자가격리자들의 투표 시간대를 분리해 투표소에서 투표하도록 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자가격리자들 역시 서로 간 감염이 우려될 수 있기 때문에 비자가격리자와 자가격리자만을 분리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자가격리자 가운데 확진자와 비확진자가 섞여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나 그동안 자가격리자들의 해이한 격리 생활이 드러나면서 정부가 자가격리자에 대한 강화 지침을 발표한 상황이다. 감염 확산을 우려해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선거로 인해 이들을 한시적으로 해제하는 것이 과연 감염 예방보다 중요한가라는 의문도 낳고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감염 예방 및 확산 방지인데 자가격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벌금에 징역까지 내리겠다던 정부가 투표 때문에 이들을 일시해제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방심하지 말고 다른 방안을 고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가격리자 의무 설치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투표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자가격리자들은 의무적으로 ‘자가격리자 안전보호’ 앱을 사용하게 되는데 여기서 담당 공무원이 이들의 위치와 상태 등을 관리한다. 자가격리자들 대다수가 사용하고 있는 이 앱을 통해 투표하는 방법도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 앱을 활용하면 소독과 인력이 따로 필요 없다. 전담 공무원들이 자가격리자들의 상태를 매일 확인하는 만큼 연락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투표의 부정을 막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자가격리자용 투표소를 이동식으로 만들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음압텐트를 활용하고 있는 선별진료소를 본 따 트럭 등에 음압텐트 투표 부스를 설치하는 것이다. 한 자가격리자가 투표한 뒤 곧바로 방역하는 방식으로 자가격리자들이 동시에 투표소를 찾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요지다.

자가격리자들의 투표 방식은 사전투표일 오는 10일 전에 결정돼야 한다. 따라서 늦어도 오는 9일까지는 방법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재 막바지 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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