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가정·교육 현장 애로사항 등 반영한 대책 마련해야

9일부터 단계적인 ‘온라인 개학’이 앞두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7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갈뫼중학교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출석과 원격수업 테스트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로 일선 학교는 ‘온라인개학’이란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처음으로 온라인 학교수업준비하는 교사, 이를 접해야 하는 학생, 옆에서 도와야 하는 부모까지 모두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당장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은 당장 오는 9일부터 ‘온라인 학교수업’을 시작한다. 현장은 ‘혼란’ 그 자체다. 시사저널e는 현장에서 교사, 교육당국, 학무보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9일부터 단계적인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는 가운데 교사·학부모들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교육부가 관련 방침을 잇달아 발표했지만 교육 현장에선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선의 혼란을 막기 위해 교육당국이 현장과 소통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부모 “맞벌이 가정 대책 없어”, 교사 “현장과 소통해야”

경기도 군포시 초등학교 2학년 학부모 박아무개(여·34)씨는 “초반에는 남편과 돌아가면서 돌봄 휴가로 아이들 수업을 도울 생각이지만 상황이 장기화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정부에서 맞벌이 부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며 “차라리 다른 나라처럼 전부터 논의됐던 9월 학기제를 도입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맞벌이 가정 학부모들은 자녀 지도에 비상이 걸렸다. 연차와 재택근무가 모든 직장에 적용되는 상황은 아닌 만큼 아이들 혼자 온라인 수업을 수강하는 게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의견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맞벌이 가정은 전체 가구의 54.2%를 차지했다. 하지만 교육당국도 맞벌이 가정에 대한 마땅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경기도 안산시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김아무개(여·28)씨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혼자 수업을 들을 수가 없는 데다 인터넷이 끊기거나 스마트 기기 문제 등 돌발 상황이 생겼을 때 대처 능력도 떨어져 제대로 수업이 진행될지 의문이다”고 토로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혼자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다. 저학년의 경우 아직 컴퓨터 등 스마트 기기를 능숙하게 다루지 못할뿐더러 오랜 시간 집중해 컴퓨터 앞에 앉아 있기 힘들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보호자 지도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교사들 역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교사들은 교육부가 현장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일방적 대책만 쏟아내 일선의 혼란이 가중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가 현장과 소통을 통한 방침을 세워줄 것을 요구했다.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최아무개(여·31)씨는 “교육부가 EBS를 활용하라고 언론에 일방적으로 발표한 뒤 현실적인 대안은 현장에 제시하지 않아 교사들 사이에서 혼란이 많다. 저학년 교사들은 이미 준비해뒀던 교육자료가 물거품이 됐고 플랫폼도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 당황스럽다”라며 “EBS 수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교사들도 알 길이 없어 진도표도 짤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교육부는 온라인 수업을 양방향 원격수업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발표 일주일 만인 지난달 31일 초등 1·2학년은 EBS 방송으로 대체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미 원격수업 준비를 마친 일선 교사들은 사전 협의 없이 언론으로 먼저 접하는 상황에 반발하고 있다.

온라인 개학 환경이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 대한 우려도 컸다. 인천시 연수구 초등학교 교사 정아무개(남·29)씨는 “온라인 학습 기기 및 인터넷 접속 가능 현황에 관한 조사만 있을 뿐 가정 내 자녀 대비 기기 수나 맞벌이 가정 등에 대한 조사는 없었다”며 “온라인 수업에 화면과 소리 간 싱크가 맞지 않거나 개별 기기마다 지원하는 기능도 달라 콘텐츠 실행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교육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중위소득 50% 이하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 스마트 기기를 보급하고 장애학생에 대한 지원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교사들은 실질적인 수요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기기가 없는 학생이 많고, 장애학생 원격수업 맞춤형 인프라 구축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호소했다.

서울 동작구 초등학교 교사 한아무개(여·30)씨는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가정까지 교사가 교육환경을 구축하는 건 현실적 제약이 많다”면서 “학교마다 갖춰진 교육 지원 인프라도 달라 장애학생 맞춤형 수업을 제공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보조교사가 가정을 방문하는 것도 전염병 예방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전문가 “교사 역량 믿고 자율 폭 넓혀야”

전문가들은 온라인 개학과 관련한 교육당국의 대처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한경근 단국대 특수교육학과 교수는 “과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온라인 강의 등 새로운 교육 방법을 염두에 두고 교육과정 개정 움직임이 있었다”며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보인 2월부터 교육부가 준비를 잘 했다면 지금과 같은 현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현재 온라인 개학 인프라가 구축된 학교는 극소수에 불과한데 일부 경험이 있는 학교를 중심으로 모든 학교가 가능한 것처럼 진행이 되고 있다”면서 “교육부는 지침을 제시하면 그만이지만 뒷수습과 정책 실현은 현장 몫이니 원활한 소통과 긴 안목이 앞서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고 일선 혼란을 덜기 위해 교사들의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사들은 현재 언론을 통해 교육당국의 방침을 접하는데 교사들과 소통을 통한 교사 친화적인 행정을 해야 한다”며 “교사들도 개인마다 교육 방법이 달라 교육당국이 큰 원칙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교사들의 역량과 의욕을 믿고 자율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온라인 교육 기간에 아이들을 내버려두게 되면 원격강의가 하나 마나 한 것이 될 것”이라면서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학부모들이 온라인 등교 기간만이라도 근무시간 축소나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일 서울시교육청은 ‘원격수업 운영 지침’을 발표하며 관련 대책을 보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순차적 개학 절차에 따라 각 학교로 관련 방침이 나갈 예정이며, 초등학교의 경우 현재 시범학교 세 곳을 운영하면서 혼란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면서 “다만 맞벌이 가정, 기기 지원, EBS 강의 출결 문제 등 일선에서 나오는 애로사항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 중인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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