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일드 스프레드 이달 들어서 다시 9%대 진입
경기 악화에 글로벌 투기등급 채권 리스크 여전
우려 현실화될 경우 반등하는 국내 증시에 부정적 영향

미국 하위 등급 채권의 디폴트 가능성을 반영하는 하이일드(high yield, 고위험·고수익) 스프레드가 다시금 상승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으면서 기업들의 자금난 우려가 재점화한 까닭이다. 국내에서도 기업들의 자금 조달 문제가 여전한 리스크로 남아있어 반등을 보이던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7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집계에 따르면 미 국채 대비 하이일드 채권의 스프레드를 나타내는 ‘ICE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 US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지난 6일 기준 9.26%을 기록했다. 이는 2011년 유럽 재정 위기 당시 최고점이었던 8.41%를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7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집계에 따르면 국채 대비 하이일드 채권의 스프레드를 반영하는 ‘ICE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 US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지난 6일 기준 9.26%을 기록했다. / 그래프=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7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집계에 따르면 국채 대비 하이일드 채권의 스프레드를 반영하는 ‘ICE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 US 하이일드 스프레드’는 지난 6일 기준 9.26%을 기록했다. / 그래프=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이 스프레드는 지난달 말만 하더라도 하락 추세를 보였다. 스프레드는 지난 2월 20일 3.62%에서 코로나19 확산이 극에 달했던 지난달 23일 10.87%까지 급등했다.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부양정책에 지난달 말 8.82%까지 내렸다. 그러나 이 같은 추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이달들어 다시 상승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으면서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점이 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미국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지난달 넷째 주 665만명에 달했다. 오일쇼크 때인 1982년 최대 69만5000건의 10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뿐만 아니라 소비 지표인 3월 IHS 마킷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지수는 39.1로 한 달 전보다 10.3포인트 하락했다.

실물 경기가 영향을 받으면서 기업들의 경영에도 경고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미국의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인 포드는 기존 ‘BBB-’였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인 ‘BB+’로 떨어졌다. 델타항공의 신용등급 역시 기존 ‘BBB-’에서 ‘BB’로 2단계나 강등됐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경우 지난달 26일까지 483개 기업과 국가에 대해 206곳의 등급을 강등했고, 277곳의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상태다.

문제는 이 같은 신용등급 강등이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가능성에 있다. 코로나19의 실물 경제 충격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이에 코로나19의 확산이 몇 달간 더 지속될 경우 기업들의 펀더멘털 약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실적이 나오는 시점에 맞춰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유동성 문제가 나타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투기 등급의 회사채의 경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는 통해 “문제는 소위 ‘타락천사(Fallen angels)’(투자등급에서 투기등급으로 강등)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보호장치 밖으로 나가는 정크 본드가 많아지고 있음을 뜻한다”며 “미국 채권시장에서 BBB 채권이 전체 IG 채권의 50%(2.7조달러)인데 대부분의 글로벌 하우스들은 여기서 최소 5% 이상이 올해 안에 하이일드로 강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미국 내 회사채 시장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면서 국내 증시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인다. 국내 증시가 지난달 급락 이후 반등하고는 있지만 하방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회사채 시장에서의 자금 경색 우려도 여전한 만큼, 만일 미국발 충격이 전해질 경우 국내 증시가 다시금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확진자 수나 사망자 수가 늘어났다는 소식은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선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실물 경기가 상당히 침체되고 이에 따라 자금 경색으로 디폴트되는 회사가 연이어 나오게되면 중앙은행의 개입도 무용지물이라는 인식에 투심이 얼어붙을 수 있다. 이에 기업들의 유동성 문제를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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