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의무휴업 공약에 유통업계 난감···애매모호한 복합쇼핑몰 기준도 문제
한 달 두 번 휴업 시 매출 타격 불가피···입점한 소상공인·자영업자도 피해 입어

/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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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복합쇼핑몰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일 지정을 골자로 하는 공약이 이어졌다.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돕기 위한 취지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어려움을 가중시킨다며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운 상황인데, 이 같은 정책은 유통산업을 옥죄는 정책일 뿐 아니라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돕는 데 실효성 있는 대책도 아니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은 4·15 총선을 겨냥해 복합쇼핑몰 출점·영업 제한을 골자로 하는 공동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도시계획 단계부터 복합쇼핑몰 입지를 제한하고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의무휴무일을 지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문제는 이미 소비 형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진 상황이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단축 영업 및 소비 침체로 상황이 녹록지 않은데 정치권의 이러한 공약은 유통업계를 압박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특히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대안으로 꼽히는 복합쇼핑몰에까지 규제가 가해지면 업계의 어려움은 가중된다.

유통업계에서는 복합쇼핑몰이 먹거리 등을 쇼핑하기 위한 공간이라기보다는 여가와 휴식을 함께 즐기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만큼 대형마트와 결이 다르다고 강조한다. 또 정치권의 주장과 달리 복합쇼핑몰과 자영업자·소상공인 간에 경쟁 관계 구도는 나타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업계는 또 복합쇼핑몰에 월 2회 휴무 규제가 시행되면 월매출이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말 매출은 평일보다 1.5~2.5배 많은데, 한 달에 두 번씩 주말에 장사를 하지 못하게 되면 생존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손실을 입게 된다. 실제 대형마트의 경우 일요일 주말 매출이 평일의 2.5배 정도인데, 월 2회 의무휴무일 영업 규제가 시행된 이후 대형마트 매출은 21%가량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원안대로 추진되면 롯데월드타워·신세계스타필드·현대아이파크몰·코엑스몰·타임스퀘어 등은 대형마트처럼 월 2회 문을 닫아야 한다. 복합쇼핑몰에는 주중보다 주말에 방문객이 몰리는데 임대료를 내고 입점한 업체들도 영업을 함께 쉬어야 할 가능성이 커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복합쇼핑몰 입점 상인의 70%는 소상공인·자영업자로 이뤄져 있어 의무휴업 규제는 곧 이들을 돕는 정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복합쇼핑몰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주말에 가족 단위로 찾는 손님들로 장사를 이어간다고 해도 무방한데 월 2회 문을 닫는다면 매출에 큰 타격을 입히게 될 것”이라며 “이미 코로나19로 매출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더 이상의 규제는 영업에 큰 어려움을 주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는 “복합쇼핑몰 규제가 시행되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할 수 없을 만큼 소규모로 운영해야 한다”면서 “매출과 고용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복합쇼핑몰로 등록된 점포가 업체마다 제각각이라는 점도 문제다. 아울렛 형태임에도 복합쇼핑몰로 등록된 곳이 있고, 외형은 복합쇼핑몰이지만 쇼핑센터나 전문점으로 등록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케아가 매년 복합쇼핑몰로 지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행법에 따르면 대규모 점포는 대형마트, 백화점, 쇼핑센터, 복합쇼핑몰, 전문점, 기타 등 6가지로 분류된다. 복합쇼핑몰은 1개 업체가 개발·관리 운영하는 점포로 쇼핑·오락·업무 기능이 집적돼 문화와 관광시설 역할을 하는 점포로 규정된다.

유통업계는 정부가 복합쇼핑몰의 순기능도 고려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심이 아닌 외곽에 위치한 복합쇼핑몰은 지역 주민 외에 장거리 고객을 유입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돕고 대규모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복합쇼핑몰 규제로 예상되는 결과를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주말 영업 규제는 오히려 소상공인·자영업자에 어려움을 가져다주고 주변 상권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복합쇼핑몰 의무휴업 관련 공약은 경쟁 제한적인 행위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면서 “이 공약이 추진되면 이와 비슷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가 나올 수 있다. 이는 경제가 전반적으로 성장하는 데 저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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