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 겪는 소상공인·자영업자 활로 마련 취지···40만명 이상 해당
중기부서 계류 “부실 우려되고 전례도 없다”···“위기 상황에서 과거 방식대로 심사는 모순” 지적도

지난 3월 24일 오후 대구시 동구 효목동 동구시장에서 한 상인이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고자 유리로 된 가림막을 설치 후 콩나물을 판매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 24일 오후 대구시 동구 효목동 동구시장에서 한 상인이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고자 유리로 된 가림막을 설치 후 콩나물을 판매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소액, 성실 상환 체납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경영안정자금 대출 허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활로를 열어주자는 취지다. 하지만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부처는 부실률 우려와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적 위기에 처한 이들에게 과거 방식대로 심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국세청과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따르면 이들은 소상공인·영세사업자(자영업자) 체납처분 유예자들에게 코로나19에 따른 긴급경영안정자금 대출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

1000만원 미만 소액이면서 성실히 체납액을 갚아 온 체납자들에게 체납처분 유예를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금 대출까지 가능하도록 해 활로를 열어주자고 한 취지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긴급경영안정자금을 확대한 상황에서 이들이 지역신용보증재단에서 보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재는 체납자들의 경우 코로나19에 따른 정부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신청할 수 없다. 체납액을 모두 갚아도 5000만원 이상 대출 시에는 완납 후 3개월이 지나야 신청할 수 있다. 

이에 국세청은 지난달 26일 소상공인·영세사업자 1000만원 미만의 성실 상환 체납자들에게 정부의 긴급경영안정자금 대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중기부에 제안한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코로나19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소비가 급감한 상황에서 소액 체납 중인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자금 대출을 통해 버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체납액이 1000만원 미만이면서 성실 상환해 온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최소한 40만명 이상이다. 지난 7일 국세청 직권으로 체납처분 유예를 받은 체납액 500만원 미만 소상공인·영세사업자들은 39만3000명이었다.

그러나 이를 검토 중인 중기부와 관련 기관인 신용보증재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2주 넘게 결정내리지 못하고 있다. 부실률 우려와 전례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중기부 관계자는 “체납처분 유예를 인정받은 소액 체납자들이라도 정부의 경영안정자금 대출은 부실률 우려가 있다. 또한 이러한 전례가 없어서 검토가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아무개씨는 “코로나19로 매출이 90% 줄은 상황에서 체납 문제로 정부의 경영자금 대출도 안 돼 버티기 어렵다. 대통령은 소상공인에게 적극 대출에 나서겠다는데 현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에도 정부는 경영안정자금 지원 심사에서 평상시의 과거 방식대로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은 평상시와 다르다”며 “어려운 계층일수록 체납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들을 외면하는 정부의 금융 정책은 모순이다. 40만명 이상의 체납처분 유예 소상공인과 영세업체들에 대한 금융 지원 대안이 마련돼야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기업·소상공인 금융지원 긴급 간담회’에서 “코로나19로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분들께서 대출을 받는데 여전히 어려움 많은 시점이다. 이런 부분을 각별하게 챙겨줄 것 당부한다”며 “소상공인에게 사업장은 생계 그 자체다. 몰려드는 업무로 힘들겠지만 당장 생계의 위협을 겪는 분들을 위한 긴급자금인 만큼 신속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이해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타격을 지원하기 위해 최근 몇 번에 걸쳐 소상공인 대상 긴급경영자금 융자, 초저금리 대출 등 금융 지원책을 내놨다. 지난 3월 17일 국회를 통과한 추경안을 보면 정부는 경영안정자금 예산을 1조7200억원으로 확대했고, 초저금리 대출도 4조6000억원 늘렸다. 이에 더해 정부는 지난 3월 19일 비상경제회의에서 소상공인 긴급 경영자금 신규 지원을 12조원 규모로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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