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위원 특정 여부 놓고 충돌···치열한 법리 공방 예고
변호인 측 “상식에 반하는 결과도 나와”···재판부, 검찰 측에 확인 요청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1월 22일 1심 선고공판을 마친 후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이기욱 기자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1월 22일 1심 선고공판을 마친 후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이기욱 기자

신한은행 신입행원 부정채용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던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본격적인 항소심 절차에 돌입했다. 조 회장과 신한금융 측의 변호인들은 첫 공판부터 공소 내용을 놓고 검찰과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서울고등법원 제6형사부는 8일 오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 외 7인에 대한 항소심 1차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과 피고인들은 지난 1월 1심 결과에 대해 쌍방상소를 제기했다.

이날 공판은 피고인 인적사항 확인과 향후 진행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약 30~40분의 짧은 시간동안 진행됐지만 양 측은 공소 내용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 보이며 앞으로의 치열한 법리 공방을 예고했다.

이날 가장 쟁점이 된 것은 검찰이 공소장에서 피해자로 언급한 면접위원들의 특정 여부다. 검찰 측은 조 회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의 위계로 인해 1, 2차 ‘면접위원’들이 업무를 방해받았다고 기소했고 이에 변호인 측은 구체적으로 피해를 받은 면접위원들이 특정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음으로써 실체관계 유무죄에 대한 중대한 오류가 나올 수 있다”며 “특히 2차 면접의 경우 피고인들이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계행위를 한 당사자가 위계행위의 피해자가 된다는 상식에 반하는 결과가 원심에서 나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1차면접의 경우도 피고인 아닌 다른 사람이 (채용 절차) 내용을 알거나 공모했다면 위계가 성립할 수 없다”며 “원심판결 논리에 따르면 채용팀 출신 1차면접 위원들은 위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에서 압수한 자료 중에 면접위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있기 때문에 검찰이 입증을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검찰 측은 “1심에서부터 주장돼온 내용이지만 여전히 특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라며 “필요하다면 해당 사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겠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검찰 측에 “(피해자를) 면접위원으로 기소한 이상 확인을 해줘야 한다”며 “이 문제를 선결하고 나서 입증 방향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면접위원 특정도 (법적) 판단과 관련이 돼있기 때문에 입장을 정리해서 특정여부 판단해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업무방해의 형태가 사람을 속여서 착오에 빠지게 하는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며 “서류 조작 등 기망없이 하는 업무방해도 많기 때문에 하나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변호인 측에 대해서도 면접위원 특정과 관련해 “기존 입장을 유지할지, 하지 않을지 득실이 어떻게 될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봐라”고 말했다.

한편 조 회장은 지난 1월 22일 1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신한금융 내규에 따르면 집행유예를 포함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향후 5년간 임원진이 될 수 없지만 이는 확정형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조 회장에게는 아직 적용되지 않는다.

다행히 실형을 면한 이후 조 회장은 지난달 주주총회를 거쳐 신한금융 회장 연임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만약 항소심과 대법원 판결에서도 유죄를 받을 경우 조 회장은 더 이상 임기수행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아직은 법률 리스크를 안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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