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에선 인수 무산 아닌 거래 조건 변경 가능성 점쳐
HDC현산, 발 빼기엔 정부 눈치 보여···산은, 매각 무산 시 부담 가중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두고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인수 포기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지만 업계는 HDC현산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 간 협의를 통해 거래 조건을 변경하는 수준에서 인수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제시한 금액은 2조5000억원이다. 그러나 전날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시가총액은 해당 금액의 31.2% 수준인 7858억원에 그친다. 시가총액 하나로 기업가치를 평가하긴 어렵지만 인수자 입장에선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아시아나항공 연결 기준 수익성 지표.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우려됐던 자본잠식은 현실화됐고 올 1분기에도 3000억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된다. 자본잠식은 기업의 적자 누적으로 인해 잉여금이 마이너스가 되면서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은 상태를 말한다.

보유 항공기 절반을 운용리스로 보유하고 있는 탓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추가 타격도 우려된다. 운용리스는 리스회사가 항공기의 감가상각과 파손 등의 위험 요소를 책임지기 때문에 리스료가 비싸다.

이에 HDC현산은 인수를 마무리한 후에도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추가 투자를 진행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HDC현산이 인수에서 발을 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인수 포기보다 거래 조건 변경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2500억원의 계약금도 문제지만, 정부로부터의 압박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면서 “건설 부문은 인허가와 관련해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업종”이라고 설명했다.

거래 조건 변경을 두고 유력하게 떠오르는 방안은 ‘영구채의 출자전환’이다. 산은 등 채권단은 지난해 4월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영구채 5000억원을 인수했다. 올해까지는 금리가 7.2% 수준에 그치지만 내년 5월부터는 기본금리가 9.5%로 오른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꼴이다.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HDC현산은 상환 및 이자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된다. 출자전환은 금융기관이 기업에 빌려준 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이 경우 산은은 부실 기업 지원에 따른 혈세 낭비 논란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특혜라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업계는 산은이 비판을 감수하고 HDC현산과 한발씩 양보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한다. HDC현산뿐 아니라, 산은도 매각이 무산될 경우 위험 요소가 크기 때문이다. 이미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에서 유사 사례를 겪은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한화의 인수 불발 이후 현대중공업과 2019년 1월 말 인수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기까지 10여년을 주인 없는 회사로 보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산은은 혈세 낭비 논란 속에 대우조선해양이 새 주인을 찾기까지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전날 3000억원 규모의 단기차입금 증액 카드를 꺼냈다. HDC현산의 1조47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이 미뤄지면서 단기 자금 확보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단기차입금 증액으로 인해 아시아나항공의 금융기관 차입금은 1조5074억원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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