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선 회장 “3년 내 대기업 인수해 재계 20위권 진입”
주택사업 통해 ‘현금 곳간’ 두둑···2021년까지 인수자금 4조원 확보
토목사업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 기대···신분당선 운영권 확보 가능
“해외사업 전무, 매력도 떨어져···대우건설 인수전 대비 예행연습 할 수도”

두산건설 매각설이 흘러나오면서 잠재적 인수 후보자로 중견건설사인 중흥건설이 거론되고 있다. 현금 부자인 중흥건설은 그동안 대형건설사 인수를 통해 재계 20위권으로 도약하겠다는 뜻을 내비쳐 왔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두산그룹의 자구안으로 두산건설 매각설이 흘러나오면서 잠재적 인수 후보자로 중견건설사인 중흥건설이 거론되고 있다. 중흥건설은 올 초 3년 내 대우건설 등 대형건설사를 인수합병(M&A)해 재계 20위권으로 도약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대우건설보다 두산건설이 먼저 매각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점쳐지면서 M&A 시장의 큰손으로 불리는 중흥건설의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의 자회사 두산건설의 매각 가능성이 인수·합병시장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두산중공업 채권단으로부터 1조원대 긴급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4조원대 차입금에 대응하려면 추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채권단이 추가 지원 조건으로 ‘유동성 위기’ 타개를 위한 강력한 자구안을 요구한 만큼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의 유상증자 외에도 두산건설 매각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두산건설 매각설은 지난해부터 투자은행(IB) 업계를 중심으로 거론돼 왔다. 두산건설이 지난해 상장폐지 되는 동시에 두산중공업의 완전 자회사가 되면서 매각설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잠재적 원매자를 대상으로 투자안내서(티저레터)가 배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매각설은 힘을 받았다. 중견 건설사를 비롯해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잠재력 인수 후보로 중흥건설그룹이 거론된다. 중흥그룹은 M&A를 통한 재계서열 상승의지를 꾸준히 밝혀 왔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올 초 “3년 내 4조원 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해 유가증권에 상장된 대기업의 M&A를 통해 재계 20위권에 진입하겠다”며 “해외는 물론 국내 사업도 가능한 대기업을 M&A 대상 기업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조업 분야는 잘 모르고 경영 노하우도 없다”고 말하면서 사실상 인수대상으로 건설업종을 고려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했다.

중흥그룹이 M&A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것은 두둑한 ‘실탄’ 덕분이다. 그동안 ‘중흥 S-클래스’ 브랜드를 앞세운 주택사업을 중심으로 현금 곳간을 차근차근 채워왔다. 핵심 주력사인 중흥토건과 중흥건설의 자금 여력을 합치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300억원, 유동자산은 3조3000억원에 달한다. 중흥그룹은 현재 보유한 8000억원대의 현금과 평택과 서산 도시개발 사업으로 내년 말까지 2조7000억원 정도를 더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현금자산을 더해 4조원대의 대기업 인수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중흥그룹은 M&A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힐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공공택지를 사들여 주택사업을 하는 단편적인 사업 구조는 중흥그룹의 한계로 지적됐다. 아울러 현재 공공택지 개발사업을 하기 위한 땅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두산건설을 인수하면 기존에 하지 못했던 토목사업 분야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아울러 2041년까지 운영이 계획된 신분당선 운영권도 획득할 수 있다. 두산건설은 현재 ▲신분당선(강남-정자 구간) ▲경기철도(신분당선 남부연장) ▲새서울철도(신분당선 강북연장) 등의 민간철도 건설관리회사 지분을 보유했다.

또한 전국구 브랜드에 대한 갈증도 풀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흥그룹은 현재 정비사업장에서 지방건설사라는 이미지 때문에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운 대형사들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두산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위브’는 부동산114와 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조사한 ‘2019 아파트 브랜드 설문조사’에서 시공능력평가 순위를 크게 웃도는 10위를 차지할 만큼 브랜드 파워를 지녔다. 아울러 두산건설은 진입 장벽이 높은 서울에서 최근 수년 간 10위권 내 공급 실적을 달성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수주잔고가 약 7조5000억원에 달해 향후 4년 동안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두산건설이 해외사업 부문이 약한 만큼 대우건설 인수전을 앞둔 예행연습 성격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두산건설이 해외에서 플랜트·토목 등의 실적이 없기 때문에 해외사업으로 발을 넓히려는 중흥건설 입장에서는 매력도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두산건설이 사업 구조, 방식, 수익성 등에서 대형건설사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인수전에 참여해 향후 대우건설 인수에 필요한 부분을 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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