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퇴직 예고돼 “令 안 선다”, 과장 인사서 후배 못 챙겨···노 실장측 “어쩔 수 없는 흐름”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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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노홍인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부내 파워게임에서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현실적으로 올 연말 정년퇴직을 앞둔 상황에서 노 실장의 업무 지시가 안 먹힌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최근 과장급 인사에서 그의 후배가 전격적으로 좌천성 전보 발령을 받자 복지부 일각이 그를 주목하고 있다.  

7일 복지부에 따르면 노홍인 실장은 지난해 8월 현재 보직에 발령 받아 8개월째 근무하고 있다. 행정고시 37회에 합격해 복지부에 전입한 후 요직만 거치며 승승장구했던 노 실장은 보건의료정책과장과 대통령비서실 고용복지수석 보건복지비서관실 선임행정관, 건강보험정책국장 등을 거쳐 보건의료업무에 능통하다. 

일찍이 국회에서 능력을 인정 받은 그는 일정 규모의 지지그룹을 가질 만큼 대인관계에서도 매끄러운 인물이다. 박근혜 청와대에서 선임행정관으로 활약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실장급으로 승진한 것은 이처럼 뛰어난 실력과 원만한 대인관계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노 실장의 부내 영향력이 일부 줄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들 전언이다. 능력과 실력이 뛰어나고 인품도 우수하지만, 1960년생인 그가 오는 12월 31일 정년퇴직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권력의 누수가 있다는 것이다. 특정 요인은 없지만 퇴직 날짜까지 예고된 그의 업무 지시에 힘이 실리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현실적으로 보건의료정책실에 ‘또 다른 실세’가 부상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그의 영향력이 퇴조기라는 시각도 있다.     

이같은 분석은 부내 노 실장의 학교 후배가 최근 과장급 전보 인사에서 좌천성 발령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주목 받고 있다. 복수의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3일 과장급 전보 인사가 인트라넷인 유니모 홈페이지에 뜬 후 부내가 술렁였다”며 “예상 외 인사가 있었다”고 전했다. 

당초 영전이 유력하게 거론됐던 A서기관이 예상외로 모국의 말과 과장으로 이동한 것이다. 복지부에서 각 국의 서열 1위과를 주무과라 하고, 가장 서열이 가장 낮은 과를 말과라고 한다. 주무과도 국에 따라 차이가 있다. 보건의료정책과나 보험정책과는 한의약정책과와 분명한 차이가 있다. 말과도 역시 소속된 국의 위상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복지부 본부에서 주로 비고시 출신이 임명되는 ‘빅3’ 과장급 보직이 있다. 경험이 풍부하고 노련하며 대외적으로 능력을 인정 받는 비고시 출신 관료가 그동안 3개 보직에 임명돼왔다. 특히 이번에 A서기관은 빅3 보직에서 또 다른 빅3 보직인 B과장으로 이동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B과장은 부이사관(3급)으로 승진하는 주요 관문이다. 과거 이 보직에서 바로 부이사관으로 승진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또 B과장은 ‘빅3’ 보직 중 유일한 사업과장이기도 하다. 사업과장이란 사업 지원을 하는 지원부서 과장과 달리 일반 사업의 진행을 담당하는 부서장을 지칭한다. 

복수의 비고시 출신 과장은 “객관적으로 서기관 승진 시점과 그동안 사업과와 지원부서를 이동하며 노력한 점, 국회 업무를 하며 헌신적으로 기여한 점, 장·차관과 부처 행사를 지원한 점, 부내 공채 7급 동기 4인방 중 선두주자인 점 등을 감안하면 이번 A서기관 인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단순한 친소관계가 아닌 객관적 근거가 충분함에도 이해할 수 없는 발령이 난 상태에서 학교 후배를 챙기지 못한 노 실장의 부내 영향력에 의문을 갖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분에서도 상대적으로 ‘또 다른 실세’와 비교되고 있다.    

반면 원칙에 따라 부내 인사에 관여하지 않고 현안인 코로나19 대응에만 주력하고 있다는 노 실장 옹호론도 있다. 노 실장이 그동안 원칙을 강조해왔는데, 사사로운 일에 신경을 쓰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책임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 노 실장 지인은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가을이 끝나면 겨울이 오는 것이 자연의 섭리인 듯 연말 퇴직 예정인 노 실장 영향력이 감소하는 것은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라며 “다만 그 시점이 예상보다 다소 빠르고, 또 다른 실세의 부상이 눈에 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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