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대기업대출 전달 比 8조1000억원 증가
회사채 발행 시장도 확대
“장기 침체 우려 따라 선제적 자금 확보 중”

5대 은행의 올해 대출잔액 증가 추이. / 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은행권에서 이례적으로 대기업 대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소상공인·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경영에 어려움을 겪자 은행 대출을 통해 미리 현금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기업 대출 증가 규모, 전체 기업대출의 60% 차지

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의 원화대출 잔액은 1170조7300억원으로 전달보다 19조9000억원 늘어났다. 은행권의 원화대출이 20조원 가까이 증가한 것은 관련 통계를 구할 수 있는 2015년 9월 이후 처음이다. 

5대 은행의 원화대출이 한달만에 10조원 이상 늘어난 경우는 2015년 10월(14조2800억원)과 11월(13조1000억원), 2019년 10월(10조4300억원) 등 3차례밖에 없었다. 

원화대출이 크게 늘어난 데는 기업대출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말 기업대출은 전달보다 13조4500억원 증가했다. 이 중 대기업 대출이 8조1000억원 불어났다. 대기업 대출 증가 규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대기업 대출 증가 규모(8조1000억원)는 가계대출 증가 규모도 앞섰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6조7000억원 늘어났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은 전월 대비 5조3600억원 증가했다. 이 중 절반이 개인사업자 대출로 전달보다 2조77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들은 은행 외에 자금 조달을 할 때 주로 이용하는 직접금융시장에서도 자금을 끌어모으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대기업들이 유동성 확보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2월 중 회사채 발행 규모는 16조9000억원으로 전달보다 5조7000억원(51.4%) 증가했다. 특히 대기업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전월보다 106.4% 증가한 3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금감원은 올해 들어 대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 중견·대기업도 지원 확대 중 

현재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과 대기업에도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4월 들어 자금시장 경색으로 회사채 차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대해 차환 발행분을 직접 매입하고 있다. 회사채 등급이 A 이상이거나 코로나19 여파로 등급이 하락한 기업 중 투자등급이 BBB- 이상인 기업은 차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산은에 따르면 하이트진로(A급·이달 만기 도래 회사채 규모 1430억원), 풍산(A급·1000억원), LS엠트론(A급·750억원), 하나자산신탁(A급·700억원), SK렌터카(A급·300억원), SK증권(A급·500억원) 등이 투자등급 A급 이상 기업으로 지원 대상이 된다.

정부는 지난달 회사채 상환이 어려워진 기업들의 일시적 자금 경색 문제를 해결하고자 회사채 발행을 위한 정책금융 4조10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정부는 회사채 신속 인수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는데, 회사채 차환에 어려움을 겪는 중견·대기업이 그 대상이다. 만기 도래 채권 중 80%를 산은이 인수해 채권은행과 신용보증기금에 팔기로 했다.

회사채 인수 외에도 산은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대기업에 21조2000억원을 대출하기로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기업 대출의 연금리는 3% 내외이고 연체율도 1% 이하로 낮은 수준”이라며 “코로나19로 대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은행권에 손을 벌려 자금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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