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4대 은행 중 현금배당액·배당성향 가장 높아
우리금융, 지난해 지주 출범···우리은행 배당으로 M&A 실탄 확보

4대 은행 배당 현황
4대 은행 배당 현황

금융당국이 최근 시중은행에 배당금 지급이나 자사주 매입 등을 자제할 것을 우회적으로 권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영세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 지원 여력이 분산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시중은행 중 배당을 적극적으로 확대한 우리은행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일 금감원 임원과 주요 부서장이 참석한 ‘위기 대응 총괄회의’에서 “국내 금융회사들은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확보하고, 실물경제에 원활히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며 은행의 배당금 지급, 자사주 매입 등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바젤Ⅲ 최종안을 애초 2022년 1월에 시행하기로 했던 일정을 1년 반 이상 앞당겨 올 2분기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은행의 건전성 부담을 완화해 코로나19에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장려하기 위해서다.

바젤Ⅲ 최종안은 중소기업 대출의 위험 가중치를 기존 100%에서 85%로 하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위험 가중치가 낮아지면 은행 입장에선 자기자본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그만큼 자금 여유가 생길 수 있다.

금융당국은 규제가 완화된 만큼 은행이 자본 여력을 배당금 지급이나 자사주 매입에 활용하기보다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위한 자금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감원의 권고가 무색하게도 시중은행의 지난해 현금 배당 총액은 2016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KB국민·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현금 배당 총액은 3조9354억원으로 전년(2조8816억원)보다 36.5% 급증했다.

특히 4대 은행 중에서 우리은행의 배당 확대가 두드러졌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현금 배당 총액은 1조3520억원으로 배당성향이 89.8%에 달한다. 지난해 현금 배당액이 4376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배당 규모가 3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우리은행이 이처럼 배당을 적극적으로 확대한 배경에는 지난해 초 지주사로 전환한 우리금융그룹이 지주사 체제를 갖추기 위한 실탄 확보에서 주된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아직 직접적으로 은행권에 배당 자제령을 내린 것은 아니나 우회적으로 배당 자제 필요성을 밝힌 만큼 배당성향이 가장 높게 나타난 우리은행으로선 다소간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은행권이 금감원의 배당 자제 권고를 따른다면 올 상반기 중간 배당부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일각에선 금감원의 배당 자제 권고가 향후 우리금융의 비은행 계열사 확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4대 은행은 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의 배당금이 모두 지주사에 돌아가는 구조”라며 “은행에서 들어오는 배당금이 줄어들게 되면 향후 M&A를 위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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