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환송심 진행 중인 상황 감안하면 승계 사과 관련한 입장 발표 당장은 쉽지 않아
삼성 준법위 독립성 및 진정성 인정받을 수 있다는 평가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선택의 시간을 맞이하게 됐다. 이번주 안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승계 문제에 대한 사과 요구와 관련해 입장을 밝혀야 하기 때문인데, 이 부회장에겐 쉽지 않은 한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 준법위 측은 지난달 11일 이 부회장이 승계 과정에서 준법 의무를 위반하는 행위가 있었다는 점에 대해 직접 사과하고,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국민 앞에 공표하라고 권고했다. 이 부회장은 준법위의 권고에 따라 30일 내 해당 권고에 대한 입장을 회신해야 한다. 그 시점은 오는 10일, 금요일이다. 어떤 입장이든 이 기한 내에 삼성 준법위 측에 알려야 한다.

삼성 준법위 측은 “형식 등은 중요하지 않고 어떤 식이든 이 부회장이 직접 관련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밝히면 된다”고 전했지만 이 부회장에겐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삼성이 아니라 이 부회장이 직접, ‘승계’ 문제에 대해 사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승계 문제는 노조 문제와 더불어 삼성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 중 하나다.

재계에선 특히 재판 이슈가 있는 상황에서 쉽게 입장 표명을 하긴 힘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승계 문제에 대한 공식 사과는 사실상 승계 이슈를 인정하는 것인데, 아직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곧바로 사과 입장 표명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진행 중인 재판과 관련이 되는 문제인데 재판장 밖에서 어떤 입장을 내놓는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은 특검의 재판부 기피 신청으로 잠시 멈춰 있는 상태다. 기피는 재판 당사자가 재판을 공정하게 받기 위해 다른 판사에게 재판을 받도록 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말한다. 현 재판부는 삼성 준법위 활동을 양형에서 고려하겠다고 했지만 재판부 변경 등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만 기피 신청은 사유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에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와 더불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란 점도 부담이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을 재차 소환조사했는데 해당 수사의 키워드 역시 이 부회장의 승계 문제다.

다만 이 부회장의 사과 이후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시각도 있다. 이 부회장이 해당 문제를 이번 기회에 해결하고 간다면 삼성 준법위 운영과 관련한 진정성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사실 삼성 준법위의 현 행보만으로도 준법위의 진정성 및 독립성은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현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삼성 준법위 활동을 양형에 반영하겠다고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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