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본, 거리두기와 거리 있는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 수와 비율 감소 홍보
전문가 “대부분 확진자 감염경로 확인은 적극적 역학조사 여부에 따라 달라”···의료계 “정부가 자화자찬”

6일 대구동산병원 의료진이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음압병동 근무에 투입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6일 대구동산병원 의료진이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음압병동 근무에 투입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2주간 연장하며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 수와 비율 감소를 성과로 제시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같은 지표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인과관계가 약하며, 다른 지표나 기준이 더 중요하고 의미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는 이달 4일 정세균 본부장(국무총리) 주재로 회의를 갖고 지난달 22일부터 15일간 실시했던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2주간 연장, 오는 19일까지 계속한다고 발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란 감염병 확산 규모를 줄이거나 늦추기 위한 비약물적 통제조치를 지칭한다. 사람 간 접촉 가능성을 줄여 감염률과 사망률을 최소화하는 목적으로 시행한다.  

구체적으로 일반인은 모임과 외출 자제 및 사람들 간 접촉을 최소화하고, 닫힌 공간에서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나 종교행사를 자제한다. 학교나 직장의 경우 개학을 연기하고, 재택근무를 권고한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중대본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평가하며 감염 확산 차단 효과가 확인됐다고 강조한 부분이다. 중대본은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한 결과,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 수와 비율이 지난 3월 6일에는 37건, 19.8%였지만 3월 31일에는 3건, 6.1%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실제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 수와 비율이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대본이 지나치게 이 수치에 의미를 부여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으며, 이 수치를 정부가 내세울 만큼 중요하거나 의미가 있다는 것에 공감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엄중식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 수와 비율은 중요한 수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엄 교수는 “코로나19 확진자의 경우 거의 대부분 감염경로는 확인된다”며 “시간과 사람을 감염경로 확인에 얼마나 투자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즉, 시간과 사람을 대량으로 투입하면 확진자 감염경로는 단기간 내에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반대 경우는 다소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그는 “그보다는 확진 의뢰 검사 건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됐는 지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 의뢰 건수가 감소했다는 것은 그만큼 일반인들의 의심사례가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엄 교수 설명이다.

엄 교수는 “지난 5일 하루 동안 신규 확진자가 47명으로 집계된 사실도 분석이 필요하다”며 “주말에는 코로나19 검사가 다소 줄어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번 주 내내 신규 확진자를 체크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충분한 기간 동안 충분하게 관련 수치나 데이터가 감소해야 코로나19가 다소 가라앉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특정 데이터에 일희일비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 수와 비율 감소는) 적극적 역학조사의 결과이지, 사회적 거리두기와 인과관계가 없다”며 “(정부가) 특정 지표를 자의적으로 끌어다가 발표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성과를 알리려고 했다면 예를 들어 종교시설과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에서 나온 환자 지표 추이를 제시하는 방법 등이 있다”며 “최근 정부 발표는 일관된 메시지가 없고 중구난방”이라고 비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중대본이 내세운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 수와 비율의 중요성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천 교수는 “코로나19 확진 검사를 하는 곳은 확진자가 계속 나오고, 검사를 하지 않는 곳은 나오지 않는 경향이 있어 실제로는 검사 유무가 중요하다”고 현재 흐름을 진단했다. 추가 확진자 중 중증환자 비율은 낮고 경증환자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확진 검사를 하면 경증환자가 나오고, 검사를 하지 않으면 환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냥 코로나19를 지나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해외입국자는 검사가 강화돼 꾸준히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는 논리다.

그는 “신규 확진자의 지역적 편중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와 경북은 신규 확진자가 다소 안정적 추세지만, 대형병원과 교회가 몰려 있는 수도권은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천 교수 분석이다. 결국 중대본이 강조한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 수와 비율보다 천 교수는 실제 확진 검사를 하느냐와 신규 확진자의 지역적 편중에 더 비중을 두고 현재 추세를 분석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감염병 전문가들 의견을 들어야 하는데 소홀히 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평가하며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 수와 비율을 성과로 제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의사와 국민들이 불철주야로 노력하는 사이 정부는 자화자찬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일부 의료 비선에 치우치지 말고 전문가 의견을 골고루 듣고 제대로 국민들에게 홍보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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