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한창인 때에 푯값 할인 나선 롯데월드···6일 할인 이벤트 종료했지만 아쉬움 남아

윤중로는 길(路) 이상이다. 벚꽃이 만개한 윤중로를 걷던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그 곳을 찾는다. 매년 이맘 때 그 길에 들어서면 만사의 고통이 경감되는 경이로운 경험을 한다. 여의도 빌딩숲 사이 수수하게 부푼 벚꽃을 보면 예술이나 종교를 마주한 듯 형이상학을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인파에 온몸이 짓이겨지기도하지만 그럼에도 고개만 들면 벚꽃이 무성하다. 4월의 기쁨이다. 

올해 윤중로는 폐쇄됐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서울시가 이달 10일까지 윤중로를 폐쇄했다. 아쉬움이 꽃망울 터지듯 여기저기에서 터졌지만 누구 하나 불평 불만 하지 않았다. 대신 시의 결정에 공감했다. 당장 눈 앞의 벚꽃보다도 전국민이 시름하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대의를 우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경각심이 모든 곳에 두루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롯데월드는 지난 1일부터 대학생 2~4명이 함께 방문하면 1일권을 정상가의 반값에 판매하는 ‘대학생 끼리끼리 봄소풍’ 행사를 진행했다. 아울러 중·고등학생 등을 대상으로 하는 ‘4월 중고등학생 온라인 선착순 특별예매’ 등도 진행했다. 이에 온라인상에서는 이처럼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색케 한 롯데월드 행사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롯데월드는 6일 곧바로 해당 이벤트를 취소했다. 롯데월드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롯데월드 어드벤처 이달의 혜택 중 ‘교복을 입고 세젤예교로’, ‘4월 중고등학생 온라인 선착순 특별예매’, ‘대학생 끼리끼리 봄소풍’, ‘감성교복 패키지’, ‘4월 생일자 우대’는 내부 사정으로 조기종료하오니 이용하시는 손님여러분의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개인이 알아서 가지 않으면 될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틀린말은 아니다. 다만 각 개인의 노력에 앞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물어야 한다. 국가가 강제력을 동원한 락다운(lockdown) 상황이 아니고서야 기업에게 영업장 폐쇄를 강요할 순 없다. 

그러나 아쉬움은 남는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아이들이 개학이 밀리고 직장인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의료인들이 누적된 피로감을 감내하는 때에 반값 할인 행사를 하며 집객을 유도해야 했는지에 대한 물음 말이다.

모두가 집 안에 갇혀있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모두 주어진 일을 실행하며 각자의 자리를 지키되, 사회적 재난에는 공감하는 제스쳐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는 때가 되면 직원들을 동원해 연탄장을 나르는 것과 더불어 사회적 재난에 공감하는 일, 그리고 전국가적 노력에 협력하는 일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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