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요금체계, 정액제 깃발꽂기→5.8% 수수료 부과 제도로 개편
그간 깃발 꽂지 않던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 난색···“비용 부담 늘었다”
교촌앱, 해피오더, 롯데잇츠 등 자체 브랜드앱 수요 늘어날 수도

울트라콜 이용 가게의 매출 대비 광고비 비율. /사진=배달의민족
울트라콜 이용 가게의 매출 대비 광고비 비율. / 사진=배달의민족

배달의민족의 입점업체 요금체계가 기존 정액제 광고료에서 수수료 체계로 바뀌자, 자영업자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그간 광고비 부담에 배민앱 내 노출 기회가 적었던 영세 소상공인들은 반색하는 반면, 바뀐 제도로 매출에 비례해 수수료를 내게 된 치킨·분식·피자·패스트푸드 등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그간 대형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월 정액(8만원) 광고료 방식의 ‘울트라콜’인 기존 배민 요금체계 하에서 ‘브랜드 인지도’ 덕택에 울트라콜을 여러개 꽂지 않고(일명 깃발 꽂기)도 배민앱 이용이 가능했다. 울트라콜을 여러개 구매하면 구매할수록 배민앱에 노출 효과가 증대되는데, 이미 잘 알려진 프랜차이즈의 경우 굳이 광고를 많이 구매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지난 1일부로 배민이 수수료 중심의 새 요금체계 ‘오픈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히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오픈서비스는 배달의민족에서 주문이 성사되는 건에 대해서만 5.8%의 수수료를 받는 요금 체계다. 회사는 이번 개편으로 수수료 기반의 오픈서비스 영역이 확대 노출되고, 울트라콜은 3개 이내로 제한되면서 하단에 배치돼 깃발꽂기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픈서비스는 음식을 파는 만큼 수수료를 내는 제도다. 합리적이다. 여타 배달앱도 모두 수수료 제도로 운영된다. 매출이 적은 매장에서는 깃발을 꽂아 배민앱 상단에 노출돼야 한다는 부담에서 해방될 수 있다. 노출은 이용자 선호도와 거리를 기준으로 랜덤 노출된다. 반면 인지도와 비례해 매출이 비교적 높은 프랜차이즈 업장의 경우 수수료 체계 변경으로 배민에 지불해야 하는 절대금액이 늘어나게 됐다. 최근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한 가운데 수수료까지 늘어나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배민앱으로만 월 400만원의 매출을 가져가는 매장이 있다. 이 매장은 배민앱에 그동안 5개의 깃발을 꽂아, 매달 40만원(8만원x5개)의 광고비를 냈다. 수수료 체계로 개편된 이후에 이 매장은 400만원의 5.8%인 23만2000원만 내면 된다. 업주 입장에서는 배민 지출액 부담이 줄어든 것이다. 반면 배민으로 월 7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매장의 경우, 개편 이전 5개의 깃발꽂기로 월 40만원의 광고비를 냈지만 개편 이후에는 46만4000원의 수수료를 배민에 내게 된다. 즉, 브랜드 인지도로 깃발꽂기를 하지 않고도 일정 수준의 매출을 기록했던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는 수수료 제도 개편 이후 배민 이용 부담이 더욱 커진 것이다.

물론 배민이 정한 5.8%의 수수료는 요기요(12%)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배민의 횡포’라 부를 수 없는 수준이다. 다만 점주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배경에는 배민의 존재감이 있다. 전체 매출에서 배민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만큼 체감되는 개편 효과가 더욱 크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서울 강남에서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는 한 점주는 “배민이 매출에 차지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 우린 원래 깃발을 많이 꽂지 않아서 광고비가 적게 나가는 매장이었다. 수수료 체계로 바뀌면서 이전보다 20만원가량을 더 내게 됐다”고 불평했다. 

점주들의 이같은 주장은 일견 영세 사업자보다 매출이 높은 프랜차이즈 사업장의 욕심으로 비칠 수 있다. 다만 이들은 10%에 불과한 낮은 영업이익률을 감안할 때 이번 수수료 개편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분식 프랜차이즈 업체 점주도 “다른 배달앱보다 수수료가 낮은 건 맞다”면서도 “매장 영업이익률은 10%정도다. 매출이 아무리 잘 나와도 로열티, 인건비, 임대료, 원부자재료 나가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여기에 배민 수수료까지 더 나가게 생겼다”고 말했다.

이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5일 자신의 SNS를 공공 배달앱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강임준 군산시장과 통화해 군산시가 최근 개발한 '배달의 명수' 상표 공동 사용을 동의받았고, 이 분야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기로 했다고도 밝혔다. 경북도경제진흥원도 6일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한 무료 공공배달 앱을 개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지역 기반 공공 배달앱에 앞서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프랜차이즈 자체 주문앱 개발 혹은 활성화에 더욱 집중하게 될 것이라는 분위기다. 자체앱의 경우 점주가 부담하는 수수료가 없어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프랜차이즈 자체앱으로는 롯데잇츠, 교촌의 교촌앱, SPC의 해피오더앱 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점주 입장에서는 배민보다 자체앱으로 들어오는 주문이 수익성 측면에서 더욱 유리하다. 자체앱 혹은 배민에 올라가는 가격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자체앱으로 소비자를 끌어오려는 움직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딜리버리히어로와의 합병을 앞두고 수수료 인상을 위해 요금체계를 바꾼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에 배달의민족은 “오픈서비스의 전신인 오픈리스트가 지난해 4월 1일에 이미 도입됐다. 정액제의 문제점, 수수료 모델의 합리성에 대해 그만큼 오래 고민해왔다. 합병 이슈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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