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과 검사자 접촉 없어 빠르게 진행
인천공항과의 원거리에 대한 불만도 나와

 

3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종합운동장에서 해외 입국자 전용 대규모 선별진료소가 운영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3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종합운동장에서 해외 입국자 전용 대규모 선별진료소가 운영되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평소 프로야구 팬들의 주차공간이었던 잠실종합운동장 한 켠에 하얀색 이동식 천막과 컨테이너가 등장했다. 삼엄한 경계와 함께 곳곳에 설치된 '진료소 주변 일반인 접근을 통제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이 곳의 분위기를 전하고 있었다. 가로수를 감싸 경계를 나눈 노란색 '위험 출입금지' 테이프의 안쪽은 해외 입국자 맞이를 위한 의료진들의 분주한 모습이 보였다.

서울시는 3일부터 송파구 잠실동 잠실종합운동장에서 해외 입국자 전용 대규모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선별진료소는 기존 선별진료소와 달리 워크스루(도보 이동형) 방식으로 운영된다. 장갑이 달린 투명색 가림판이 있어 의료진과 검사자는 분리된 상황에서 검체 검사를 진행한다.

이 선별진료소의 특이점이 또 있다. 워크스루 방식지만 걸어서 들어올 수는 없다. 차량으로 온 검사자만이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는 안 되고 승용차나 택시, 서울시의 리무진 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도보 이용 시민은 인근 보건소를 방문해 검사해야 한다. 해외 입국자 전용이어서 누구나 가서 검사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선별진료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때 맞춰 2명이 차량으로 도착해 검사를 받았다. 접수부터 검사 완료까지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오후 2시 30분까지 3명이 방문했다. 잠실종합운동장 선별진료소는 매일 오후 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8시간 동안 운영된다. 주말은 물론 우천 시에도 쉬지 않고 운영한다. 운영 기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문진하는 구역은 총 3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검사 공간은 총 10개 부스에서 마련됐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오늘은 3개 부스에서만 운영할 예정이다. 갑자기 확진자 및 검사자가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설치를 많이 해둔 것”이라며 “의료진은 서울시의사회와 자원봉사인력이 도움을 주고 있다. 하루에 16명 정도 근무하게 되는데 하루 2교대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검사자는 야외에서 검사를 받고 의료진은 컨테이너 안에서 검사를 진행했다. 첫 검사라 의료진이 투명 가림판에 설치된 장갑으로 진단 키트를 뜯으며 어색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시는 의료진 숙련 시 접수에서 검사 완료까지 5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3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종합운동장에서 해외 입국자 전용 대규모 선별진료소 운영이 시작됐다. 선별진료소 근처에 출입금지 띠가 둘러져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3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종합운동장에서 해외 입국자 전용 대규모 선별진료소 운영이 시작됐다. 선별진료소 근처에 출입금지 띠가 둘러져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검사 후에 따로 소독이나 환기 작업은 없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검사자가 야외에 있기 때문에 따로 소독이 필요 없고 음압 시설도 없다”고 설명했다. 소독이나 환기 작업을 제외하면 검사 회전 속도가 자연히 빨라진다. 바로 다음 검사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최대한 많은 검사자들을 접촉 없이 안전하고 빠르게 검사하기 위해 워크스루 방식을 택하게 됐다.

워크스루 방식을 처음 선보인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선별진료소 방식과는 차이가 있었다. 양지병원 선별진료소에서는 검사자가 부스에 들어가서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자가 검사를 마치고 나면 이어 바로 이 부스를 소독하고 음압장비로 환기까지 완료했다. 잠실종합운동장에서는 의료진이 실내 공간에 있는 방식이고 검사자가 야외에 있어 소독이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났다.

한국의 코로나19 진단 검사에 대한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이날 새롭게 선보인 워킹스루에 대한 외신들의 취재열기도 뜨거웠다. 일본, 중국에서 온 기자들은 서울시 관계자들에게 워크 스루 방식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앞서 지난 2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2일 코로나19 브리핑에서 “해외 입국자들로 인한 지역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3일부터 서울 거주 해외 입국자들에 대해 전원 진단검사를 실시한다”며 “잠실종합운동장에 하루 1000명 검사가 가능한 대규모 선별진료소를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서울에 거주하는 해외 입국자들이 집으로 가기 전,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해 지역감염 확산을 막는다는 계획이다. 현재 유럽에서 입국한 이들은 입국 3일 이내 코로나19 검사를 완료해야 한다.

그러나 장소를 놓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선별진료소 장소에 대해 “주변에 주택이 없고 강남 3구에 자가격리자가 많은 점을 고려해 잠실종합운동장으로 정했다”고 답변했다.

3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워크스루 선별검사 실시를 의사로서 강력히 반대한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는 “잠실은 하루 유동인구가 엄청난 곳이다. 이곳에 선별검사소를 설치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며 “인천공항에서 잠실 운동장까지 거리가 꽤 먼데 그동안 감염방지는 어떻게 하느냐”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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