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46주 연속 상승···“앞으로도 상승 요인 산재”
내년 입주물량 2만3200가구···올해 절반 수준
12·16대책 대출규제·저금리·정시확대 등으로 전세 물건 귀해질 듯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4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지난달에는 새 학기 이주가 마무리되고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 자료=부동산인포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4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도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입주물량 감소와 12·16 부동산대책, 저금리 등의 여파로 전세물건이 더욱 귀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서울 지역 전세 세입자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전셋값은 46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가 부동산114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을 분석한 결과 재건축을 제외한 서울 아파트의 전셋값은 지난해 5월 1주부터 46주 연속 플러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달은 새 학기 이주가 2월까지 마무리된 데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서울 전셋값의 상승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상승 요인으로는 ▲올해 절반 수준의 내년 입주물량 ▲12·16부동산대책 여파로 인한 전세물건 감소 ▲저금리 기조로 인한 전세물건 월세 전환 증가 등이 꼽혔다.

내년 입주물량은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내년 서울에서는 총 2만3217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이는 올해 입주물량(4만2173가구)의 절반 수준인 55.1%에 불과하다. 여기에 2022년 입주예정물량은 1만3000여가구로 예상된다.

내년 서울에서는 총 2만3217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이는 올해 입주물량(4만2173가구)의 절반 수준인 55.1%에 불과하다. / 자료=부동산인포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2021~2022년 연속 입주물량이 줄어들면 시중에 풀릴 전세물건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 전셋값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올해 신규 분양단지들이 이르면 2022년부터 입주할 수 있는 만큼 예상 물량은 지금보다 더 증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해 발표된 12·16대책도 전셋값 상승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책에는 ▲시가 9억원 초과주택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20%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 금지 ▲전세대출을 이용한 갭투자 방지 등이 담겼다. 이에 따라 아파트를 전세를 놓지 못하고 그대로 입주하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1만 가구 이상 입주가 대거 쏟아진 서울 강동구의 경우 우려와 달리 전셋값이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 입주 초반 세입자가 채워진 후 집주인들의 입주가 이어지면서 시장에 전세물건이 적게 풀리면서다. 입주 초반 주춤했던 전셋값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강동구 상일동의 고덕연합부동산 관계자는 “2월 입주에 들어간 4066가구의 고덕아르테온의 경우 과거 같으면 전세물건이 많이 쏟아져야 정상이지만 80% 이상이 집주인들을 중심으로 입주했다”며 “이는 대출이 문제가 됐거나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양도세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입주가 많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올해 초까지 1만 가구 이상 입주가 대거 쏟아진 서울 강동구의 경우 우려와 달리 전셋값이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 대출이 문제가 됐거나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양도세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집주인들의 입주가 많았기 때문이다. / 자료=부동산인포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 되면서 전세물건 월세 전환 증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인하했다. 예금을 통한 이자수익이 더욱 줄어들면서 시장의 전세물건 가운데 월세로 전환되는 물건은 점차 증가할 전망이다. 여기에 최근 공시가격 인상으로 인해 보유세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전세 보증금을 은행에 묵혀두기 보다 월세로 전환해 현금 수익을 늘리려는 집주인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시확대로 정통학군지역들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 정시확대가 이슈화 되면서 인기 학군으로 꼽히는 양천구, 강남구 전셋값 변동률은 서울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시장에 전세물건이 줄어들 요인들이 많아 서울 전세난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 팀장은 “최근 1순위 지역우선 거주자격도 1년에서 2년 이상으로 강화 돼 유망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해 세입자로 거주하려는 이들이 늘어 날 전망이다”며 “전셋값의 계속된 상승 때문에 계약갱신청구권 등 임차인을 위한 제도 도입 및 시행도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