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심 악화에 조기 상환 속출···CB·BW 발행사 차환 우려 커져
상폐 기로 놓인 기업 다수···경기 부진에 재무 악화 가능성↑
“감사 의견 적정 기업도 꾸준한 모니터링으로 개별 리스크 관리해야”

코스닥 시장이 지난달 급락한 이후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개별 종목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투자심리 악화로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 관련 차환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다 감사 의견 거절이나 사업보고서 미제출 등의 사유로 상장 폐지 위기에 몰린 종목들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 투심 급랭에 CB·BW 발행 기업 차환 우려 커져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기업의 유동성 리스크 증대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들이 발행한 CB와 BW의 만기 상환이나 조기 상환 건수가 늘어나고 있는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차환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2일까지 CB와 BW의 ‘발행 후 만기 전 사채 취득’ 공시 건수가 83건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6건에 비해 현저하게 많은 수치다. 발행사가 나서서 해당 채권을 사들인 경우도 있었지만 대개는 풋옵션(매수청구권) 행사나 사채권자와의 협의에 따른 경우였다. 일부는 기한이익 상실에 따른 조기 상환 사례도 존재했다. 

일반적으로 CB와 BW 투자자들은 주가 상승에 따른 주식 전환 차익을 기대하고 해당 자산에 투자한다. 이들이 이를 포기하고 자금을 회수한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해당 종목 주식을 이미 보유한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으로 전환되는 오버행 이슈가 해소된다는 측면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해당 기업의 유동성 부족 리스크가 확대된다는 부정적인 상황도 함께 맞닥뜨리게 된다.

특히 한계기업의 경우엔 상황이 좋지 않다. 이들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창구가 많지 않아 CB와 BW를 활용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당장 조기 상환이라는 급한 불은 껐다고 하더라도 투자심리 급랭에 따라 향후 필요한 자금 수급이 쉽지 않을 수 있다. CB와 BW 발행에 나서더라도 예전보다 더 불리한 조건으로 발행에 나서야 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차환 수요는 증가하는데 자금 공급은 더욱 타이트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2018년 4월에 코스닥벤처펀드 조성에 맞춰 발행된 CB의 풋옵션 행사 가능 시한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2018년 당시 기준으로 CB 발행액이 4조3000억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풋옵션이 대거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CB는 1조5600억원 규모에 이른다. 

다만 이들 기업의 유동성 공급을 위한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6000억원 규모의 메자닌 투자를 결의한 상태다. 금융당국도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에 코스닥 CB와 BW를 편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P-CBO는 신용등급이 낮아 회사채를 직접 발행하기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이 자금 조달을 원활히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금융 지원 정책이다. 

◇ 상장 폐지 사유 종목 다수 발생···“경기 부진 지속해 재무 상황 모니터링해야”

코스닥 시장에서 상장 폐지에 몰린 기업이 속출했다는 점도 우려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달 31일에 발표한 ‘코스피·코스닥 시장 2019사업연도 12월 결산법인 결산 시장 조치 현황’에 따르면 코나아이·코오롱티슈진·메디앙스·팍스넷 등 33곳이 감사 의견 비적정으로 상장 폐지 절차가 진행된다. 파인넥스의 경우엔 사업보고서 미제출로 상장 폐지 기준에 해당됐다.

이들 종목 중 올해 처음으로 감사 의견 비적정을 받은 상장사는 당장 상장 폐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다. 이들은 우선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면 1년 동안 개선 기간이 주어진다. 또 당해 사업연도 재감사로 감사 의견 변경도 가능하다.

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는 2년 연속 감사 의견이 거절된 상장사다. 이에 해당하는 상장사는 파인넥스, 크로바하이텍, 하이소닉, 에스마크, 에스에프씨, 이엠따블유(EMW), 피앤텔 등 7곳이다. 유가증권 시장, 코스닥 시장 상장 규정에 따르면 지난 회계연도 감사 의견 ‘비적정’을 받은 상장사가 다음 회계연도에도 비적정 감사 의견을 받을 경우 기업심사위원회를 거쳐 상장 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 자체의 리스크로 옮아가진 않겠지만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 폐지 사유 발생은 큰 리스크”라며 “투자한 종목에서 감사 의견 적정이 나왔더라도 국내외 경기 부진에 따라 재무 상황이 악화되는 사례가 앞으로도 더 나올 수 있어 꾸준히 투자 종목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코스닥 시장이 지난달 급락 이후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개별 종목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그래픽=셔터스톡.
코스닥 시장이 지난달 급락 이후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개별 종목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그래픽=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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