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시중은행 이사회서 ‘반대’ 의사 0건
고액연봉·경영진 추천에 견제 어려워

4대 시중은행/사진=연합뉴스
4대 시중은행/사진=연합뉴스

지난해 4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이 반대표를 던진 사례가 ‘0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 의결사항이 모두 100%의 찬성률을 나타내면서 은행권 사외이사들이 이른바 ‘거수기 논란’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안건에 반대한 경우는 단 한건도 없었다. 안건 통과가 보류되는 경우가 소수 있었으나 그 외에는 모두 가결 및 수정 가결되면서 찬성률 100%를 기록했다.

은행별로 표결에 부친 중요 의결사항 수는 국민은행이 65건, 신한은행 62건, 하나은행 97건, 우리은행 53건이었다. 사외이사들의 이사회 참석률은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이 100%, 하나은행 97.3%, 우리은행 99%로 집계됐다. 이사회에 불참하는 경우는 있어도 반대 의견을 낸 사외이사는 없었다.

1997년 말 사외이사제도가 도입된 이래 지속적인 제도개선이 이뤄졌지만 은행권 사외이사의 거수기 논란은 여전하다. 회사의 경영이 적법하고 건전하게 이뤄지는지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들이 찬성표만 행사하고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연봉만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다.

실제로 4대 시중은행 사외이사의 평균 연봉은 국민은행이 7588만원, 신한은행 6155만원, 하나은행 4379만원, 우리은행 4336만원으로 집계됐다. 이사회에 참석해 찬성표를 행사하기만 하면 수천만원의 연봉을 받는 셈이다. 사외이사로선 자신들의 본래 역할인 경영 견제보다는 연임을 염두에 두고 경영진에 유리한 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선임과정에서 경영진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사외이사들은 보통 경영진, 금융당국 등 외부인, 주요 주주들의 추천을 통해 영입되는데 이중 경영진 추천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영진 추천에 따라 들어온 사외이사라면 경영진 의사에 반대하는 의견을 행사하기가 더욱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사외이사들의 반대표 행사가 적은 이유에 대해 은행 측은 이사회 개최 전 중요 의결사항에 대해 충분한 사전논의를 거쳐 이견을 조율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사회 표결 전 실무협의회를 통해 대부분 찬성에 이견이 없는 사항들이 이사회 표결에 부쳐지는 경우가 많다”며 “최종적으로 사외이사들 간에 합의가 도출된 안건들이 이사회에 상정되기 때문에 찬성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견제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사 지배구조에서 가장 큰 문제점이 바로 소액주주의 이해관계를 대변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이사회에 없다는 점”이라며 “소액주주 추천 사외이사 1인 선임 의무화 방안을 도입한다면 소액주주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줄 사람이 이사회에 포함되기 때문에 대주주나 경영진과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외이사 독립성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외이사 추천 위원회에 대주주나 사내이사의 참여 없이 순수하게 외부인사로만 추천 위원회를 꾸리는 제도가 일부 기업에서 시행되고 있다”며 “이러한 제도를 금융사 전반에 확산시키는 방안도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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