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교수 “신차 구매 시 윗급 차량 선호 경향···고급차 판매 점점 늘 것”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에도 중상류층은 영향 적어···고급차일수록 개소세 혜택도 커
완성차업체들, 판매대수 정체기 접어들자 고급차 중심으로 수익 개선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도 고급차 판매는 오히려 늘어났다. / 사진=조현경 디자이너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도 고급차 판매는 오히려 늘어났다. / 사진=조현경 디자이너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자동차 업계는 수익이 높은 고급차·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국내 자동차 업계는 코로나19에도 고가 차량 중심의 판매 전략을 통해 내수 판매에서 선방했다.

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완성차 업체 5개사의 내수 판매대수는 15만1025대로 전년 대비 9.2%, 전월 대비 84.8%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내수 판매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와는 정반대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신차 효과도 있겠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고급차를 선호하는 소비자들과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신차를 구입할 때는 보통 기존에 보유했던 차보다 윗급의 차를 고르는 경향이 강하다”며 “쏘나타를 타던 사람은 그랜저를, 그랜저를 타던 사람은 제네시스 차량을 구매하는 등 점점 비싼 고급차를 구매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그랜저 판매대수는 1만6600대로 전년보다 57.6% 늘어났다. 이는 2016년 12월 이후 3년3개월 만의 최고치다. 제네시스 G80은 판매 시작 가격이 5200만원대로 높은 수준임에도 출시 첫날 2만2000대를 계약했다. 이는 G80 가격 3분의 1 수준인 아반떼보다 2배 이상 많은 계약대수다.

수입차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국내 수입차 판매는 2만304대로 전년 대비 12.3%, 전월 대비 21.4% 늘어났다. 특히 상대적으로 고가인 벤츠·BMW·아우디폴크스바겐 등 독일 3개사 판매는 1만2127대로 전년 대비 59%, 전월 대비 22% 증가했다.

벤츠의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A클래스 판매대수(681대)는 전월에 비해 27% 줄어든 반면, 고가인 CLS 판매는 전월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BMW도 3시리즈 판매는 주춤한 반면, 5시리즈 이상 모델 판매는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슈퍼카 브랜드 포르쉐는 지난달 831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브랜드 중 8위를 기록했다. 지난 2월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포르쉐 판매의 61%를 차지한 파나메라의 가격이 1억5000만~2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고가 수입 브랜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경기가 침체됐으나 상대적으로 중상류층은 서민층에 비해 타격이 덜하다”며 “또 개별소비세 인하와 관련해 고가의 차량일수록 세제 혜택 효과가 크기 때문에 판매 확대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완성차기업들은 자동차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판대대수를 늘리기보다는 고급화 전략을 통한 수익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판매대수는 179만5000대로 전년에 비해 1.8% 감소했다. 반면 판매금액은 59조230억원으로 전년보다 2.9% 늘어났다. 협회는 “국내 차 소비 수요가 고급화·차별화 추세로 넘어가면서 생산도 고부가가치 위주로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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