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온라인 개학 여파로 품귀 현상
판매점 “평소 잘 안 팔리는 상품···대량 입고 부담”
온라인몰에선 가격 최대 911%까지 폭등

2일 서울 용산구 소재 전자제품 상가. / 사진=김윤진 인턴기자
2일 서울 용산구 소재 전자제품 상가. / 사진=김윤진 인턴기자

“2~3주 전부터 웹캠을 찾는 직장인, 교사, 학생이 늘었습니다. 온라인에서 가격이 비싸니 오프라인 매장으로 찾아오는데, 재고가 10대도 없기 때문에 금방 동이 납니다.”

서울 용산구 일대 전자제품 판매점을 지난 2일 10여 군데 둘러봤으나 이 중 웹캠 재고품를 갖고 있는 곳은 없었다.

대다수 판매점이 기자가 재고를 묻자마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굳이 매대나 창고를 확인해 보지 않아도 될 만큼 웹캠 재고 문의에는 익숙해진 모습이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늘어난 재택근무에 온라인 개학 시기까지 맞물려 웹캠이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당분간 유통 현장에서 품귀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유통가에선 평소 비인기 제품이었던 웹캠의 인기가 언제 식을지 알 수 없어 선뜻 대량 입고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온라인몰에선 웹캠 가격이 10배 가까이 뛰는 등 급등세다.

한 판매점 직원은 “원래 한 달에 1대도 안 팔리는 제품이라 많이 구비하지 않았다”며 “물량을 대폭 늘리기도 어려운 것이 코로나19가 잠잠해져서 다 안 팔리면 낭패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웹캠은 대부분 중국과 대만산이라 수입하는 데 2주가량이 소요된다. 이에 이달 초 웹캠을 주문해도 이달 중순 이후에나 물량이 시장에 공급될 전망이다.

이날 만난 판매점 직원들은 “웹캠 특수가 생겼다고 해서 마냥 기뻐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판매점 직원 A씨는 “웹캠을 몇 대나 들여와야 할지 난처하다”며 “평소에는 워낙 안 팔리던 상품이다 보니, 대량으로 입고했다가 못 팔면 또다시 악성 재고로 쌓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판매점 직원은 “다음 주에 상품을 받는데, 수량이 많지 않다. 안 그래도 요즘 상가 직원들끼리 웹캠 얘기를 자주 나누는데, 다 둘러봐도 똑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판매점은 웹캠 품귀 현상 때문에 CCTV나 액션캠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웹캠을 구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대안으로 택하면서다. 다만 한 판매점 직원은 “저가 CCTV의 경우 화질과 fps(1초당 바뀌는 화면 수)가 낮아 웹캠 대신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몰에선 품귀 여파로 웹캠 가격이 급등하는 추세다. 이날 기준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서 재고가 있다고 표기된 웹캠은 50여 종이다. 이 가운데 인기 상위 10개 상품의 가격은 지난달 10일에 비해 이날 평균 290% 올랐다.

특히 인기 있는 제품은 가격 상승 폭이 컸다. ‘아이리버 IPC-HD01’은 2만9900원에서 27만2510원으로 911% 올랐다. ‘아이리버 IPC-A1200’은 2만1480원에서 17만4000원으로 810%, ‘로지텍 C920 PRO HD’는 12만5060원에서 46만원으로 367% 뛰었다.

일부 소비자는 가격이 치솟은 뒤 웹캠을 구하지 못해 정상적인 원격근무를 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특히 온라인 개학이 맞물린 학교 현장에선 더욱 애타게 발을 구르는 모습이다. 서울 영등포구 소재 초등학교 교사 김아무개씨는 “당분간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교육을 받아야 하는 처지인데 웹캠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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