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 기록적인 매수세 보여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아직 끝나지 않아
단기적인 수익 욕심 버리고 멀리봐야

‘동학개미운동’이 증권업계를 넘어 사회적인 신조어로 떠올랐다. 최근 급락 장세에서 개인 투자자가 공격적으로 매수한 것을 두고 대표적인 ‘반외세·반봉건’ 민중 봉기 사례인 동학농민운동을 빗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개인 투자자는 최근 한 달간 13조7000억원을 투매한 외국인 투자자에 대항해 12조6127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 기염을 토했다. 

외국인의 순매도 행진이 기록적이었다면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는 기념비적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유입은 크게 늘지 못했다. 주식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탓이었다. 그러다 최근 한 달만에 한 증권사에서만 비대면 계좌 개설자가 10만명을 넘어섰고 개인 투자자들의 유입에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은 과부하에 걸리기 일쑤였다.

개인 투자자들이 이례적으로 증시에 몰린 것은 이번 장세가 큰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되돌아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급락 이후 증시는 큰 반등을 했다. 이 시기를 버티고 기회로 잘 활용한 일부 개인 투자자는 슈퍼 개미가 됐다.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나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충격 이후에도 증시는 보란듯 반등했다. 더 과거의 사례에도 마찬가지였다. 

우려스러운 점은 지금이 바닥이 아닐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번 증시 급락을 초래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전세계적으로 늘고 있고 사망자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한 실물 경제의 충격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올해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4%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을 정도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투자의 양태가 투기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도 불안한 대목이다. 급락 초기만 하더라도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위주로 순매수에 나섰다. 국내 대표적인 회사인 삼성전자가 망할리가 없고 결국 주가를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가 섞였다. 그러다 각종 코로나19 관련 테마주에도 자금이 몰리면서 주가가 널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종목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변동성이 큰 업종에 투자하는 묻지마 투자도 늘고 있는 모양새다. 주가지수나 원유의 방향성에 베팅하는 이른바 ‘몰빵’ 투자도 적지 않다. 

결국 ‘이번 기회에 크게 벌자’는 심리가 주식판에서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만났던 전문가들은 동학개미운동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역설적으로 이 같은 욕심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아직 위기가 오지 않았다는 보수적인 자세로 분할해 주식을 사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종목에 관심을 가지고 투기적인 접근보다는 철저하게 분석해서 투자에 나서야 함을 강조했다.

최근 주식 투자를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묻던 지인들만큼이나 개인 투자자들의 운명을 걱정하는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 개인 투자자들이 믿는 반등의 역사처럼 개인이 약세장에서 이긴 역사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 지 못한다는 법도 없다. 코로나19가 전례없는 방향으로 전개됐듯 개인들도 이변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전문가들의 조언처럼 단기적인 욕심을 버리고 겸손하게 끝까지 살아남아야 할 필요가 있겠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