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줄었지만 비정규직 535명 증가
비대면 거래 확산 및 인력 구조조정 영향

4대 시중은행 직원 현황/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4대 시중은행 직원 현황/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높은 연봉과 안정성 등 일명 ‘철밥통’ 직종으로 꼽히는 은행권의 고용 문화가 바뀌고 있다. 몇 년째 지속되는 대규모 희망퇴직으로 정규직은 감소하고 있지만 비정규직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채용을 늘리고 있지만 고용의 질은 오히려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의 정규직 인원은 5만6110명으로 지난해 말(5만7082명) 대비 972명 감소했다.

반면 비정규직인 기간제 근로자는 늘었다. 지난해 말 시중은행 4곳의 기간제 근로자 수는 4137명으로 전년 동기(3602명)보다 535명 증가했다.

은행권에 정규직이 줄고 비정규직은 늘어나는 추세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비대면 금융거래 등 디지털 금융이 확산되면서 은행들이 앞다퉈 점포와 인력을 줄여 업무 효율성을 향상시키고자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영업점포 수도 감소세다. 지난해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국내 영업점은 3526곳으로 지난해 말 3564곳보다 38곳 줄었다. 영업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규직 은행원을 늘리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것이 은행 측 판단이다.

비대면 거래가 급증한 것 외에 주요 은행들이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발맞춰 신규채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정규직 감소의 요인으로 꼽힌다. 기존의 고연봉 잉여 인력을 정리함으로써 인사 적체를 해소하고 신규 인력 채용을 위한 여력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억대 연봉 인력을 정리함으로써 수익성 보전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시중은행 희망퇴직 규모는 1680명이며, 최근 4년간 희망퇴직 인원은 9950명에 달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이 매년 공채 인원을 늘려가고 있지만 신규 채용한 인력만큼 희망퇴직한 직원 수도 많기 때문에 정규직 인원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규채용을 지속해서 늘려오긴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줄어든 정규직 인원이 늘어난 기간제 근로자 인원의 2배에 달한다. 때문에 일각에선 은행권이 비정규직 위주의 고용 확대를 진행하면서 일자리 질이 악화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선 비정규직 인력을 고용하는 것이 정규직을 고용하는 것보다 인건비 부담이 적은 건 사실”이라며 “비대면 거래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지점 인력을 늘리는 것은 인력 효율성 및 수익성 측면에서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 은행 측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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