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유지지원금? 돈 없는 기업엔 ‘그림의 떡’
  • 이준영 기자(lovehope@sisajournal-e.com)
  • 승인 2020.04.0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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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먼저 유급 휴업·휴직하면 사후 정부 보전 방식
여력 없는 기업체 노동자들 무급휴직 내몰려
“상황 길어지면 권고사직”
네덜란드,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용유지지원금 ‘선 지급’ 방식으로 바꿔
지난 3월 24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이스타항공 체크인 카운터가 운영 중단으로 직원 한 명 없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 24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이스타항공 체크인 카운터가 운영 중단으로 직원 한 명 없이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인천공항에서 A항공조업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최근 회사 직원 전체 직원 1200명 중 750여명이 무급휴직에 들어갔습니다. 회사는 급여로 선지급할 돈이 없어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이용하지 못한다고 했어요.” (A항공조업사 노동자 김아무개씨)

정부가 해고와 고용조정을 막기 위해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당장 돈이 부족한 사업장의 경우 이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돈줄이 말라버린 기업은 이용할 길도 막힌 셈이다. 노동자들도 덩달아 원치 않는 무급휴직에 내몰렸다. 코로나19로 이같은 사례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일부터 코로나19에 따른 기업의 해고 등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 모든 업종에 대해 고용유지지원금을 최대 90%까지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당장 현금이 없는 기업들은 이 제도를 이용하기 어렵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사업주가 먼저 휴업·휴직수당을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면 정부가 사후 보전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사업주가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으려면 고용유지 조치를 실시하고 노동자들에게 휴업 및 휴직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이후 사업주는 정부에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을 신청해 휴업 및 휴직수당을 보전 받는다. 그러나 코로나19 등으로 매출이 급격히 감소한 일부 기업들은 유급휴직 비용이 없어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A항공조업사 관계자는 “매출액의 70%가 인건비로 들어간다. 지금 코로나19로 비행기 운항과 조업이 급격히 줄어 유급휴직을 할 여력이 없어 직원들에게 무급휴직을 사용하게 했다”며 “우리 회사 뿐 아니라 다른 조업사들도 같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길어지면 어쩔 수 없이 무급휴직에서 권고사직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회사 근로자 김씨는 “정부는 회사로부터 모든 직원들을 고용유지 하겠다는 확약서를 받고, 기업에 먼저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해야한다. 그래야 노동자들이 무급휴직과 해고로 내몰리지 않는다”며 “또한 비행기 운항이 줄어 항공사, 항공조업사 모두 어려운데 특별고용지원 대상에서 항공조업사만 배제됐다. 항공조업사도 지정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항공조업사 등 일부 업종들은 코로나19 타격이 큰 상황에서도 지난 3월 16일 정부의 특별고용지원 업종 지정에서도 배제됐다. 당시 정부는 특별고용지원 업종에 항공사만 지정하고 협력사인 항공조업사는 포함하지 않았다.

네덜란드의 경우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임시 긴급 고용유지지원제도’를 오는 7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사업주는 임금비용의 상당 부분을 사전에 고용보험청으로부터 지원받아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있다. 3개월간 신청할 수 있고 3개월 추가 연장이 가능하다.

네덜란드 사업주가 ‘임시 긴급 고용유지지원제도’를 이용하려면 사전에 지원금을 지급받는 동안 경제적 이유에 따른 해고를 하지 않는다는 의무를 준수하겠다고 서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지원금을 받으면 노동자들에게 임금 100%를 지급해야 한다.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은 “네덜란드도 코로나19라는 비상 사태를 맞아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사후 보전에서 사전 지원으로 바꿨다. 물론 사업주로부터는 해고를 안 하겠다는 확약서를 받았다”며 “코로나19로 타격이 큰 기업들이 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 같이 제도를 개선해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의 요청에도 고용노동부는 고용유지지원금의 사전 지급 방식으로 변경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먼저 기업에 주게 되면 기업이 폐업하는 등의 경우 노동자들이 일자리도 유지하지 못하고 임금도 받기 어렵다”며 “정부가 기업이 먼저 임금을 준 것을 확인한 후 보전해야 노동자들도 휴업, 휴직에 대해 불안 요소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정책사회부
이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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