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분쟁 주총 등 겪으며 직원들에 고마움 느껴···“최대한 고용안정성 보장하겠다는 의지”
업계 상황 상 유급휴직 등 일부 조치는 불가피할 듯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 사진=연합뉴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로 위기를 맞은 대한항공이 자구노력을 펼치는 가운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피해보는 직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경영권 분쟁, 코로나19 위기 등을 거치며 직원 및 노조들에 대한 고마움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다만 항공업계의 불확실한 현실을 감안하면 노사 협의에 따라 일부 조치는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2일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이 코로나 19 자구책 논의과정에서 직원들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하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사실상 매출이 안 나오다시피 하는 상황에서 최대한 고용안정성을 보장하려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조 회장의 이 같은 방침을 세운 것은 최근 몇몇 부침을 겪으며 직원 및 노조의 지원에 대한 고마움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한때 대한항공은 오너일가와 직원 및 노조의 관계가 가장 불안정한 기업 중 한 곳이었다. ‘땅콩회항’ 사태 등 직원이 직접 연관된 갑질 소동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 재계 인사는 “다른 오너일가들도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었지만 대한항공은 내부 직원들과 문제를 일으킨 사례들이 있다는 게 차이”라고 전했다.

그러던 대한항공이 경영권분쟁이 걸린 주주총회를 겪으며 달라진 모습이다. 대한항공 노조와 직원들은 공개적으로 조 회장을 지지하고 나섰고, 결국 조 회장이 한진칼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내부 직원들의 공개 지지는 조 회장 재선임 명분에도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조 회장은 주총 이후 “한마음 한 뜻으로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신 한진그룹 전 임직원들과 어려운 상황에도 상생의 정신을 바탕으로 힘을 보태주신 노조관계자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후 대한항공 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직원들과 현 경영층 모두가 생존을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전력을 다 하고 있으며 노동조합 또한 여기에 앞장서고 있음을 자부한다”며 KCGI가 더 이상 대한항공 경영에 간섭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이처럼 재선임 과정에서 노조 및 직원들에 대한 감사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조 회장이 위기 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자구책을 펼치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상황이 상항인만큼, 일정 수준의 조치는 불가피할 것이란 게 중론이다. 다만 이 과정에선 노조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대한항공 노사는 유급휴직 여부를 놓고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다른 항공사들에 비하면 대한항공은 아직 자구책을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유급휴직으로 방향으로 잡고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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