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총 93건 지정, 금융사는 34건···카드사 16건으로 최다
카드업계 타업권 협업·신시장 진출 주목···국민은행, Liiv M 성공적 출발

자료=금융위원회/표=이다인 디자이너
자료=금융위원회/표=이다인 디자이너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도입된 금융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1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1년 동안 100건이 넘는 혁신금융 서비스들이 규제 특례 대상으로 지정됐으며 핀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기존 금융사들도 금융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신사업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경영 악화를 겪고 있는 카드업계가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증권사들 역시 해외 주식 투자 고객 확보 등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가장 적게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은행권에서는 KB국민은행이 금융과 통신의 결합으로 크게 이목을 끌고 있다.

◇신한카드 6건, 국민카드 4건···카드사, 신사업 진출 총력

지난해 4월1일 금융당국은 금융혁신 지원 특별법 시행에 맞춰 금융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할 19개의 우선심사 대상 혁신 서비스를 공개했다. 금융 규제 샌드박스는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지정해 각종 인허가 및 영업행위 규제를 2년 동안 면제해주는 제도다. 기한 연장 시 최대 4년까지 규제를 유예받을 수 있으며 최근에는 특례 기간이 지나도 영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스몰 라이선스’ 도입도 추진되고 있다.

특별법 시행 이후 금융당국은 총 102건의 혁신금융 서비스를 지정했다. 이 중 핀테크 업체와 통신사, 금융기관 등이 66건의 서비스를 지정받았으며 금융사들이 36건의 서비스에 대해 규제 특례를 인정받았다.

그동안의 지정 내역을 살펴보면 카드업계가 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서비스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카드사의 혁신금융 서비스는 16건으로 금융권 전체의 약 절반에 해당한다. 이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카드론 규제 등으로 업황이 악화되자 카드사들이 적극적으로 새로운 먹거리 발굴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서비스를 지정받은 곳은 업계 1위 신한카드다. 신한카드는 전 금융사중 가장 많은 6건의 서비스를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받았다. ▲신용카드 송금 서비스 ▲가맹점 정보 활용 개인사업자 신용평가 ▲자투리 금액 자동 해외 주식 투자 ▲페이스 페이(안면인식 결제) ▲월세 카드 납부 ▲렌탈 중개 플랫폼 등이 그것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해외 주식 투자와 렌탈 중개 플랫폼이다. 해외 주식 투자 서비스는 신한카드가 신한금융투자와 함께 선보이는 서비스로 소비자가 설정해놓은 카드 결제 건별 자투리 금액(1000원 미만 또는 1만원 미만)을 자동으로 해외 주식에 소액 투자하는 방식이다.

렌탈 중개 플랫폼은 카드사가 직접 렌탈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고 플랫폼에 입점한 중소 렌탈사업자로부터 렌탈료 입금 관리, 연체 관리 등 업무를 위탁 수행하는 서비스다. 두 서비스 모두 단순히 결제 방식을 다양화하는 것을 넘어 타업권과의 연계를 통해 새로운 사업에 도전한다는 측면에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타 서울에서 열린 ‘Liiv M’ 론칭 행사에 참석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사진=이기욱 기자
지난해 10월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타 서울에서 열린 ‘Liiv M’ 론칭 행사에 참석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사진=이기욱 기자

KB국민카드는 중고 거래 시장 개척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에서 얼마 남지 않은 현금 거래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국민카드는 지난해 11월에 신용카드 포인트 구매를 통한 중고 물품 대금 결제 서비스를, 지난 2월에는 중고차 결제 플랫폼을 통한 개인 간 중고차 거래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를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받았다.

그밖에도 국민카드는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 등급 생성 ▲포인트로 가맹점 매출대금 지급 등의 서비스도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받았다. BC카드의 경우 QR코드를 활용한 결제와 송금 등을 처음 선보이며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증권사, 해외 주식·비대면 거래 강화···우리은행, ‘드라이브 스루 환전’ 코로나19에 멈칫

카드업계 다음으로 금융혁신 서비스를 많이 지정받은 곳은 증권업계(8건)다. 증권사들의 혁신금융 서비스는 주로 해외 주식 투자와 비대면 거래 쪽에 집중돼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신한카드와 함께 짜투리 금액 자동 해외 투자 서비스를 신청한 데 이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해외 주식 상품권 구매 서비스도 규제 유예 대상으로 인정받았다. 지난달에는 제휴업체 마일리지를 이용한 소액 해외 투자 서비스도 새롭게 혁신금융 서비스 명단에 올렸다.

한국투자증권도 금융투자상품권 온라인 구입 서비스를 새롭게 출시했으며 해외 주식 소수 단위 매수·매도 서비스의 출시도 앞두고 있다. 그 외에도 KB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비대면 계좌 개설에 안면인식 서비스를 활용해 비대면 거래를 강화할 방침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총 7건이 혁신금융 서비스로 선정됐다. 현대해상과 삼성생명은 각각 기업성 보험 온란인 간편가입 서비스와 소규모 사업장 단체보험 서비스를 통한 법인 고객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농협손해보험과 삼성화재는 모바일 보험 선불 쿠폰 온라인 판매와 온라인 페이퍼리스 계약 서비스 등을 통해 비대면 거래 강화에 나섰다.

마지막으로 은행권은 가장 적은 6건의 혁신금융 서비스를 지정받았다. 뿐만 아니라 그중 일부는 코로나19라는 암초를 만나 아직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은행은 지난해 5월 요식업체, 공항 인근 주차장 등에서 사전 예약한 환전 외화를 받을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 환전’ 서비스를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받았다. 이후 지난해 11월에는 신세계와 제휴를 맺고 우리은행 본점 주차장에 환전소를 만들기로 했으나 아직 서비스를 정식으로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달 중에 서비스 오픈을 위한 준비가 마무리될 예정”이라며 “다만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환전 수요와 면세점 고객이 급감하고 있어 정식 오픈 시기는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비스 확대 등은 서비스 출시 후 고민해봐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DGB대구은행 역시 공항 체크인 데스크에서 외화를 수령하는 환전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혁신금융 서비스 지정 후 기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농협은행의 ‘인공지능 은행원 예약상담 서비스’도 아직 내부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반면 KB국민은행은 알뜰폰 서비스 ‘Liiv M’(리브 엠)을 성공적으로 출시했다. 지난해 10월 처음 서비스를 공개한 이후 12월 정식 오픈해 현재까지 약 4만5000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지난 2월 한 달 동안 통신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 이동을 한 가입자 수가 5만2827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치다. 리브 엠은 금융 거래를 통해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고객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출시 후 획기적인 성과를 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가입자 증가세가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