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증권사 임원 401명 가운데 여성은 19명···미래에셋대우가 7명으로 가장 많아
여성임원 대부분 리테일 출신에 '구색맞추기' 비판···여성임원 담당 분야 다양화 필요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국내 대형증권사들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전체 임원들 가운데 여성은 여전히 소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증권가에서 ‘유리천장’이 아직 공고한 것이다.

긍정적인 면도 보인다. 미래에셋대우를 필두로 삼성증권, KB증권은 여성 임원을 늘려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처럼 여성임원이 10년째 없거나 NH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처럼 여성임원 선임에 소극적인 증권사도 존재한다. 여성임원들이 리테일 분야에 치중된 것도 과제다. 증권가에서 여성임원이 본격 확대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여성임원, 여전히 비주류

1일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국내 대형증권사 8곳(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이 공시한 2019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8개 증권사 현직임원 401명 가운데 여성임원은 19명(4.74%)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3명에서 6명 늘어난 것으로 여성임원 비율도 역시 전년 3.4%에서 1.3%P가량 높아졌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미래에셋대우가 7명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증권과 KB증권은 3명으로 뒤를 이었다. 메리츠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2명이었고 NH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1명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은 1명도 없었다.

임원 내 여성비율로 살펴보면 삼성증권이 전체 임원 31명 가운데 여성임원이 3명(9.67%)으로 가장 높았다. KB증권도 박정림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 취임한 이후 올해 초 박옥심, 김유성 두 명의 여성상무를 선임하며 여성임원 확대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반면 동원증권 시절부터 남성적 문화 이미지가 강한 한국투자증권은 2010년 2월말 박미경 상무가 물러난 이후 10년째 여성임원이 한명도 없다. 한국투자증권은 성차별 논란을 의식한 듯 올해 초 차원주 PSF부 상무보를 승진 임명했다고 발표했지만 사업보고서상 임원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상무보로 승진을 했다고 발표하더라도 중요한 직책이 아니거나 본부장급이 아니면 사업보고서에 임원으로 등재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 역시 여성임원이 1명에 불과하다. NH투자증권은 유현숙 강남지역본부장이 유일한 여성임원이다. 하나금융투자는 2018년 3월 선임된 전영순 사외이사가 유일한 여성임원으로 내년 3월 임기만료다.

8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여성 등기임원을 최소 1명 이상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비상장사여서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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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임원 확대, 리테일 편중 해결해야

증권사들이 임명하는 여성임원들과 관련해 리테일 분야에 치중됐다는 비판도 그치지 않고 있다. 이른바 ‘구색맞추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증권사의 여성임원은 대부분 지역본부장, 강남지역센터장 혹은 WM부문 소속이다.

한 증권업계 유명 시장전문가는 “증권업종 특성상 공격적이고 리스크를 떠안고 투자하려는 마인드가 필수적인데 인사권을 지닌 고위층에서 이러한 특성과 여성이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고정관념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인사권을 가진 경영자들이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여성 직원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그치지 않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만 살펴보더라도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회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박 회장은 2016년 대우증권과 합병을 앞두고 “여성 임원을 최대 10여명 발탁하겠다”며 6명의 여성임원을 승진 선임하는 특진을 실시했다. 최근에는 1974년생인 이젬마 경희대학교 국제대학 국제학과 부교수를 사외이사로 전격 영입했다. 실제로 미래에셋대우는 여성임원의 수도 가장 많지만 투자와 마케팅, 회계 등 비교적 분야가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남녀의 차별을 두는 정책은 없다”며 “여성의 복지 또는 처우가 좋기 위해 정당한 정책 및 사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힘쓰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개선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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