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문제 등으로 매장 내 상주하는 직원 필요해···매장 자체 소비자 접근 어려운 곳도

31일 서울 중구 시그니처타워 지하 1층에 자리 잡은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매장의 모습 / 사진=황정원 인턴기자
서울 중구 시그니처타워 지하 1층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매장. / 사진=황정원 인턴기자

코로나19로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면서 무인 편의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매장 관리 등 한계로 1인 이상의 직원이 상주해야 해 진정한 의미의 ‘무인’ 매장은 당분간 현실화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무인편의점이 입점한 건물의 직원만을 대상으로 출입을 허용하는 등 낮은 접근성도 단점으로 꼽힌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무인 편의점은 전국 약 200여개가 운영 중이다. 앞서 편의점은 최근 몇 년간 출점 절벽과 최저임금 인상의 대안으로 무인 편의점을 시범적으로 운영해왔다.

이날 기자가 찾은 서울 중구 시그니처타워 지하 1층에 자리 잡은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매장 안에는 진열된 상품을 살피는 시민들의 모습이 보였다. 첫 방문 시 복잡한 신분 인증 절차가 있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무인편의점 출입 방식은 단순했다. 신용카드를 인증 바코드에 갖다 대자 출입문이 열렸다.

시그니처 매장의 특별한 점은 바로 ‘핸드 페이’ 시스템이었다. 핸드 페이는 롯데카드의 정맥 인증 결제 서비스로 사람마다 다른 정맥 굵기나 선명도 등 패턴을 인식해 사람을 구별한다. 출입문 옆에는 이러한 핸드 페이 등록 기기가 있었다. 롯데카드를 소지한 사람이라면 기기 센서에 정맥 등 관련 정보를 등록한 뒤 손바닥만으로도 매장 출입이 가능하다.

매장 안은 일반 편의점과 다르지 않았다. 상품 대부분이 일반 편의점과 비슷하게 갖춰져 있었다. 상품 결제 방식 역시 매장 출입만큼이나 손쉬웠다. 상품을 바코드에 인식한 뒤 카드를 삽입하면 끝이었다. 점원이 하는 일을 손님이 직접 할 뿐이었다. 매장 입장부터 물건을 구매하고 밖으로 나올 때까지 모든 과정이 직원을 통하지 않고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다만 주류와 담배는 무인결제기로 구매가 불가능했다. 미성년자 구매 금지 물품은 매장 안에 상시 대기 중인 직원을 통해 구매해야 했다. 해당 직원은 매장 내에 상시 위치해 물건을 관리하고 결제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들을 돕는다고 했다. 세븐일레븐은 이 같은 무인 편의점 시그니처를 전국 19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31일 삼성역 인근에 위치한 이마트24 무인 매장의 모습 / 사진=황정원 인턴기자
삼성역 인근에 위치한 이마트24 무인 매장. / 사진=황정원 인턴기자

이날 찾은 삼성역 인근 이마트24 무인 매장 역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신용카드나 교통카드, 페이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을 태그하면 매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구매하고 싶은 물건을 집은 뒤 스크린에서 나오는 안내에 따라 바코드를 입력하고 결제를 진행하면 됐다. 이동 통신사 마일리지 할인도 가능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간단한 먹을거리를 구매하러 드나드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매장과 차이가 있다면 상시 위치하는 점원이 없었다. 좀 더 무인 편의점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주류는 판매하지 않았고 담배는 별도 비치된 자판기에 이마트24 앱 인증을 거치면 구매할 수 있었다. 점원이 없는 탓에 현금 결제가 불가능하고, 환불도 고객센터에 직접 연락을 취해야 받을 수 있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내부에는 CCTV가 설치돼 매장 내 보안을 관리하는 모습이었다. 현재 이마트24는 하이브리드형 점포(낮에는 유인·밤에는 무인)를 포함해 약 100개의 무인편의점을 운영 중이다.

현재와 같은 코로나 확산세에서 무인편의점은 매장 직원과 소비자간 대면 접촉을 줄여 감염 위험을 낮추는 장점이 있다. 편의점 업계가 앞 다퉈 무인매장 확충에 나서고 24시간 배달 등 비대면 서비스를 늘리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다만 무인 편의점이 일상에 자리 잡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날 찾은 일부 무인 편의점 매장은 보안상 문제로 인해 출입증을 소지한 해당 건물 직원만 출입할 수 있었다. 직원이 아닌 일반 소비자들이 애초에 매장에 접근하기 불가능한 셈이다. 또 아직은 무인 편의점 매장 수가 적어 소비자들이 직접 무인 매장을 찾지 않는 이상 접하기 어렵다는 점도 있었다.

아울러 매장 내 불가피하게 직원이 필요한 한계도 있다. 이로 인해 진정한 의미의 ‘무인’이 자리 잡기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비대면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 소비자들의 불편과 재고관리와 청소, 도난 문제 등 매장 관리의 어려움 때문이다. 무인 편의점이 사실상 ‘스마트 편의점’으로 불리는 이유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무인 매장도 사람들의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실상 무인결제 매장에 가까운 셈”이라면서 “당장은 직원이 상주하지 않는 무인 매장은 기술적 한계 등으로 실현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한계에도 업계는 무인 편의점을 늘리고 있다. BGF리테일의 CU편의점은 주간에는 직원이 상주하고 야간에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바이셀프’ 점포를 확대하고 있다. CU는 지난달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경영관에 100호점을 오픈한 바 있다. 올해 CU는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바이셀프 점포를 2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GS25도 이달 기준 GS25의 '무인형'과 '하이브리드형 점포' 31곳을 운영 중이며 앞으로 늘려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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